이관기능장애

우리의 귀는 바깥에서 안쪽으로 외이, 중이, 내이로 구성되어 있다. 외이는 외이도 입구(귓구멍)에서 고막까지의 공간이고 중이는 고막 안쪽에서부터 내이 입구(난원창, 정원창)까지의 공간이며 내이는 그 안쪽의 세반고리관과 달팽이관이 있는 공간이다. 외이는 소리를 모아서 공기의 진동을 통하여 고막으로 전달하고 중이는 고막의 진동을 이소골이라는 뼈들을 통해서 내이로 전달하며 내이에서는 달팽이관 내부의 신경에서 소리를 감지한다. 즉, 소리를 ‘모으고, 전달하고, 감지하는’ 과정을 거친다.
중이에는 전하방으로 코와 연결된 관이 하나 있는데 이를 이관(耳管; Eustachian tube)이라고 부른다. 이관은 위로는 중이와 연결되어 있고 아래로는 코와 목이 연결되는 부위인 인두부의 측벽에 입구가 있다. 중이는 밀폐된 공간이므로 외부와 압력차가 발생할 수 있는데, 이관이 중이와 코 사이 압력의 차이가 발생하지 않도록 조정하는 역할을 한다. 우리가 고층 엘리베이터 또는 비행기를 탈 때 귀에 먹먹함이 느껴지면 침을 삼키는데 이 과정에서 이관이 열리며 귀와 코의 기압차가 해소된다.
이관은 필요시 개폐(開閉)가 가능한 탄력적인 관이다. 이관이 닫히지 못하고 계속 열려 있는 경우를 이관개방증이라고 하며 자신의 목소리, 숨소리가 민감하게 들리는 자성강청(自聲强聽)이 대표적인 증상이다. (다만 이관폐쇄증에서도 다른 형태의 자성강청(自聲强聽)이 올 수 있다) 이관이 열리지 못하고 계속 닫혀 있는 경우를 이관폐쇄증이라고 하며 대표적인 증상은 삼출성 중이염이다. 삼출성 중이염은 이관의 폐쇄로 이관 내부에 음압이 발생하여 액체가 스며 나오면서 중이에 차오르게 되는 질환이다.
귀 안이 꽉 차고 먹먹한 느낌이 있는 ‘귀충만감’은 이관개방증, 이관폐쇄증 모두와 관련이 있다. 귀충만감은 중이질환을 비롯하여 난청, 이명, 현기증 등 다른 귀의 증상들과 상기도 감염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 특히 귀충만감은 돌발성 난청과 관련이 많다. 돌발성 난청은 원래 갑작스럽게 청력이 소실되는 내이의 질환이지만 귀충만감이 청력소실과 동반되는 경우가 많으며 귀충만감이 오래 지속될수록 청력의 호전 역시 더뎌지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메니에르병에서도 귀충만감이 나타날 수 있는데 메니에르병의 3대 증상인 현기증, 이명, 청력저하 이외에도 귀충만감이 중요 증상이자 호전도 파악의 기준이 된다.
이관개방증은 고개를 숙일 때 이관 내강이 좁아져서 증상이 완화되는 경향이 있으며 환자의 호흡과 일치하는 고막 운동을 보거나 고막운동성 계측(tympanometry)으로 진단한다. 이관폐쇄증은 삼출성 중이염의 발생한 경우, 순음청력검사시 이관폐쇄로 인한 중이내 압력 변화로 인해 발생한 골도청력과 기도청력의 차이를 보는 경우 등을 통하여 진단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진단 방법들은 이관 자체가 아닌 주변의 다른 구조와 기능들에 따른 간접적인 진단법이다.
또한 이관의 치료가 힘든 이유는, 고정된 구조가 아니라는 점이다. 열릴 때 열려야 하고 닫힐 때 닫혀야 하는 구조적 가변성과 반복성은 치료가 어려운 이유이다. 필자는 이관질환 치료의 본질을 ‘이관 내부의 수분 조절’, ‘근육기능의 조절’로 보고 있다. 이관이 폐쇄될 때는 이관 내부로 액체가 삼출되기 쉬우며 이관의 폐쇄를 발생시킨다. 또한 이관 주변에는 구개범장근, 구개범거근 등의 근육이 있으며 다이어트 등으로 인한 체중의 급격한 변화 시 지방조직의 위축, 근육층의 협소화 등이 발생할 수 있으며 이관의 개방을 발생시킨다. 이러한 두 가지 방면의 치료를 위하여 이관 내부의 수분 조절에는 ‘삼출건비탕’, 이관 주변의 근육기능 조절에는 ‘보중익기탕’을 사용한다.
또한 여성의 경우 남성보다 이관의 질환이 쉽게 발생하는 편이며 이는 이관이 개방 되거나 폐쇄됨을 불문하고 전반적인 ‘이관기증장애’로 나타난다. 따라서 여성의 경우 귀의 질환뿐 아니라 피로, 스트레스, 생리 등의 일상생활 조건에서도 영향을 받을 수 있으며 증상이 발생했을 때 빨리 치료를 받는 편이 좋다.
남녀를 불문하고, 자신의 목소리나 숨소리가 들린다든지, 귀가 꽉 막힌 느낌이 든다든지, 중이염으로 자주 귀에 물이 찬다든지 하는 증상이 나타나면 이관의 이상을 염두에 두고 빨리 치료를 받는 것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