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검사 -차세대염기서열분석

한동안 전문과목을 가리지 않고 여러 의학학술대회에서 ‘차세대 염기서열분석을 이용한 ~’으로 시작하는 제목의 발표가 유행인 적이 있었다. 근래에는 병원에서도 차세대염기서열분석을 이용하는 검사항목이 부쩍 늘어나 더 이상 특별하지 않은 일상적인 검사방법 중 하나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몇몇 진료분야에서는 차세대염기서열분석을 이용한 검사가 이미 필수적인 진료수단으로서, 진단과 치료 결정에 아주 핵심적인 요소로 사용되고 있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차세대염기서열분석에 대한 관심이 뜨겁고, 실제로도 차세대염기서열분석을 이용한 검사가 점점 중요하게 사용되고 있는지 알아보도록 하자.

요즘 의학계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개념은 정밀의료(Precision Medicine)라는 것이다. 정밀의료란, 아주 다양한 사람 사이의 유전적/후성유전학적 차이, 서로 다른 질환 경과, 치료에 대한 각기 다른 반응, 같은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전혀 다른 무수한 질환의 원인과 병태생리를 아주 세밀하게 구분하여 진단하고 치료 및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정밀의료를 실현하기 위한 첫 번째 도구로 사용되는 것이 바로 차세대염기서열분석법이다. 차세대염기서열분석을 통해 개인 간의 생물학적 차이점을 정확히 파악하여 진단과 치료에 적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동안 희귀질환자는 흔한 일반적인 질환과 달리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채로 다른 질환으로 오인되거나 제때 진단되지 않아 적절한 치료 기회를 놓치고 여러 의료기관을 전전하면서 많은 의료비를 부담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러한 희귀질환자의 진단적 방랑(diagnostic odyssey)을, 차세대염기서열 분석을 기반으로 한 유전자패널검사, 엑솜검사, 그리고 전장유전체 검사를 통해 상당 부분 끝낼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여, 많은 희귀질환자가 정확한 진단을 바탕으로 최근 엄청난 발전을 보이는 첨단바이오의약품으로 치료할 기회를 얻게 되었다.

조직적합성 검사는 장기이식 및 조혈모세포이식에서 안전하게 이식이 가능한지 확인하기 위해 반드시 시행해야 하는 검사이다. 하지만, HLA라는 사람의 조직적합성항원은 너무도 복잡하여 기존 다른 분자생물학적 기법으로는 이를 정확하게 구분하기가 어려웠다. 그러나 차세대염기서열분석법이 나오면서 HLA를 대립유전자 단위로 확실하게 구분하여 분석할 수 있게 되어 공여자와 수혜자의 조직형을 아주 정확하고 정밀하게 알 수 있다. 이식 이후에도 이식된 조직에서 혈액으로 유리된 공여자 세포기원의 핵산을 차세대염기서열을 통해 아주 민감하게 검출하여 거부반응의 진행 정도를 파악할 수도 있게 되었다.

백혈병과 같은 혈액종양이나 폐암, 전립선암 등의 고형종양에서, 암세포뿐 아니라 정상세포에도 상당한 위해를 가하는 전통적인 항암화학요법이 주로 사용되어 왔으나, 최근에는 발생한 유전자 변이에 따라 암세포만 특이적인 표적을 찾아내어 치료하는 표적치료제가 각광을 받고 있다. 이러한 표적항암제와 면역항암제를 사용하려면, 차세대염기서열분석을 통해 대상 유전자의 변이를 정확히 파악하는 진단검사(동반진단)를 동시에 시행해야 한다.

현재까지는 암을 비롯한 대부분의 질환은, 어느 정도 이상 진행한 경우에 예후예측과 치료선택에 도움을 받고자 진단검사를 시행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초기 단계에 형태학적이나 기능적으로 발견되거나 발현하지 않은 상태에서 혈액 내 관련 유전자의 변화를 차세대염기서열검사법으로 분석하는 초기 및 발병 전 진단검사가 등장할 것이다. 또한, 아주 다양한 미생물 감염증의 신속한 진단, 감염자의 면역학적 반응의 예측 및 적절한 치료 선택 등에도 차세대염기서열검사가 활용될 것이다.
어느새 우리 가까이 와 있는 차세대염기서열검사로 인해 의료계는 많은 혁신과 변화를 맞이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질병과 건강에 대한 우리 이해의 폭은 더욱 넓어질 것이다.양산부산대학교병원 진단검사의학과는 보건복지부로부터 2017년 12월 1일부터 차세대염기서열분석기반 유전자 패널검사 실시기관으로 승인된 후 정밀의료와 개인별 맞춤형 치료를 할 수 있는 맞춤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