갱년기 체중 관리

무덥던 여름이 지나고, 어느새 하늘은 높고 말은 살찐다는 천고마비(天高馬肥)의 계절인 가을이 찾아왔다. 말뿐만 아니라 사람 또한 가을에 비만이 될 확률이 높다. 여름에 비해 날이 추워지며 열량 소비가 줄어들고, 지방이 더 잘 축적되며 일조량에 따른 생체 리듬 변화로 식욕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특히 폐경 이후의 중년 여성의 경우, 호르몬 변화로 인해 비만의 위험이 높아지기도 하므로 이 시기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난소의 기능이 떨어지며 생리주기가 불규칙해지는 과정을 ‘갱년기’ 혹은 ‘폐경이행기’라고 부르며, 난소가 기능을 완전히 잃게 되어 더 이상 생리가 나타나지 않을 경우를 ‘폐경’이라고 한다. 갱년기 여성은 난소 기능이 저하되어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이 부족해지는데, 이는 복부 비만, 내장 비만의 가능성을 높이고 근육량, 기초 대사율의 감소를 일으킬 수 있다. 기초대사율이 떨어지면 체내에서 소비하는 열량이 줄어들기 때문에 지방 축적의 가능성이 높아져, ‘살이 찌기 쉬운 상태’가 된다.
갱년기의 흔한 증상 중 하나인 불면증 역시 비만을 일으킬 수 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하루 평균 수면시간이 5시간 이하인 경우 복부 비만의 유병률이 증가하는 경향성을 보인다. 또 수면시간이 감소할 경우 탄수화물 대사나 혈당 조절 및 식욕자극 호르몬에 영향을 받아 체중이 증가할 수 있다.
첫 번째로는 올바른 식습관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떡, 빵, 밀가루 등의 탄수화물, 믹스커피, 음료수 등의 당분이 들어간 음료 등을 피하고 전곡류, 생선류, 과일류, 채소 및 저지방 유제품의 섭취 등을 늘리는 것이 도움이 된다. 단백질을 섭취할 때, 기름기가 많은 육류보다 콩 단백질이나 생선류 등으로 섭취하는 것이 좋다. 특히 콩, 두부 등 대두 속에 포함되어 있는 ‘이소플라본’은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과 구조가 비슷하여 안면홍조, 불면증 등의 갱년기 증상 완화에도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평소 먹는 양의 3분의 2만 먹는 등 양을 줄이는 것이 좋으며, 극단적으로 식사량을 제한하는 것은 좋지 않다.
두 번째로는 적당한 운동을 하는 것이다. 갱년기 이후에는 여성호르몬 부족의 영향으로 뼈가 분해되는 속도가 빨라져 뼈 밀도가 감소하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과하고 격렬한 운동보다는 빠르게 걷기 등의 중강도 유산소 운동을 시행하는 것이 좋다. 하루에 30분에서 1시간 정도로 주 3회가량 시행하는 것이 좋으며, 걸음 수를 점차 늘려가는 방식으로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루에 섭취하는 음식물의 양을 조금씩 줄여 약 500kcal만큼의 섭취를 줄이고, 규칙적인 운동을 시행하여 1일 2~300kcal 정도를 소비하여 1주일에 0.5kg, 한달에 2kg 정도를 감량하는 것이 적당하다. 체질량지수(BMI) 상으로는 정상 범주에 들어가도록 하는 것이 좋고, 여성의 경우 복부둘레가 80cm(32인치) 이상인 경우 복부비만에 해당하므로 복부둘레 역시 함께 감소시키는 것이 좋다.
한의학적으로는 침 치료, 한약 치료를 병행하는 것이 충분한 도움이 될 수 있다. 지방분해침이란 지방이 축적된 부위에 침을 놓은 후 전기 자극을 주는 치료법인데, 이러한 치료가 복부둘레 경감과 지방분해에 좋은 효과가 있다는 것이 많은 연구를 통해 입증된 바 있다. 한약 치료의 경우, 개개인의 특성을 반영하여 노폐물 대사를 원활히 하거나 수분대사, 소화기 기능 등을 원활히 하는 효과를 통해 체중 감량에 도움을 줄 수 있다.
갱년기 체중 관리는 단순 비만 예방뿐만 아니라, 심혈관질환의 예방, 당뇨나 고혈압 등 대사증후군의 예방 차원에서도 중요하다. 또 적당한 운동과 규칙적인 식생활습관은 갱년기 우울감, 불면 등을 예방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다가오는 선선한 가을, 새로운 마음으로 몸과 마음의 건강을 위해 한번 걸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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