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유행하는 백일해

백일해는 백일해균(Bordetella pertussis)에 의해 발생하는 급성세균성 호흡기 감염증이다. 사람이 유일하게 병원체를 보유하며 환자가 기침할 때 튀어나오는 비말(침방울)이나 호흡기 분비물을 통해 전파된다. 백일해는 전염성이 강하며 국내 제2급 감염병으로 관리되고 있다. 백일해는 모든 연령대에서 발생하지만, 소아에서 발병률이 높고, 특히 1세 미만의 영아에서 백일해가 발생할 때는 사망까지 발생할 수 있다. 백일해는 자연 감염 또는 예방접종으로 평생 면역을 획득할 수 없다. 영유 아기의 백일해 백신접종 후 시간 경과에 따른 면역력 감소는 학령기 소아, 청소년 및 성인에서 백일해 발생 증가의 원인이 된다.
백일해는 전 세계적으로 발생하지만 1950~1960년에 백일해 백신접종이 본격적으로 도입된 이후 선진국에서는 백일해 발병률과 사망률이 크게 감소하였다. 국내에서도 1955년에 디프테리아-파상풍-백일해(DTP) 백신이 국가접종으로 도입되었고 적극적인 접종으로 1970년대 이후 대규모 유행은 소실되었다. 하지만 2000년대 후반부터 학교, 기숙사, 산후 조리원 등을 중심으로 전국 곳곳에서 지역 내 소규모 집단 발생을 보였고, 2018년에는 980명의 백일해 환자가 신고되었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개인위생 준수 및 생활 습관 변화 등으로 백일해 발생이 급격히 감소하였다. 하지만 2023년 10월 이후 경남 창원에서 소아청소년 백일해 발생이 다시 증가하였고, 2024년 4월 중순부터는 전국적으로 확산되었다. 2024년 7월 중순 한 주에만 전국적으로 3,369명이 발생하였고, 8월 첫째 주까지 총 16,184명의 백일해 환자가 신고되었다. 백일해 발생이 가장 많은 연령대는 13~15세이고, 다음으로 10~12세, 16~18세 순으로 전체 발생의 약 90%를 차지하였다.
백일해 잠복기는 평균 7~10일로 알려져 있다. 전형적인 백일해의 경우 초반에는 감기 증상과 유사하게 콧물, 재채기, 미열, 간헐적인 기침이 나고, 1~2주 정도 있다가 발작성 기침이 시작된다. 기침은 수차례 빠른 기침이 터지듯이 발작적으로 나타나고, 기침 끝에 길게 숨을 들이쉴 때 ‘웁’ 소리가 동반된다. 하지만 어린 영아에는 웁소리가 나타나지 않을 수 있으며 무호흡, 청색증 등이 동반될 수 있다. 발작성 기침은 최대 6~10주까지도 지속될 수 있으며, 이후 정도와 횟수가 서서히 감소하면서 2~3주 후 소실된다. 하지만 비발작성 기침은 수 주 동안 지속될 수 있고, 백일해 발생 수개월 후에도 다른 호흡기 감염이 있을 때 발작성 기침이 재발될 수 있다.
백신접종력이 있는 경우 전형적인 백일해의 경과가 뚜렷하지 않고 가벼운 기침으로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최근 국내 백일해 확진 환자에서 발작성 기침이나 웁소리가 동반된 경우는 약 20% 정도이었다. 경증이거나 인지가 안 될 정도의 증상을 가진 청소년 및 성인 백일해 환자는 백일해에 대한 면역력이 없는 영아나 어린 소아의 주요한 감염원으로 작용할 수 있다. 따라서 백일해의 신속한 진단과 확산을 막기위해서는 지역사회 내 유행 상황과 접촉력을 고려하여 백일해 가능성을 의심해 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백일해 확진 검사는 이전에는 비인두 도말 또는 흡인 검체로 배양검사를 하였으나 최근에는 PCR(중합효소 연쇄반응) 검사를 주로 시행한다. 진단율을 높이기 위해서 PCR 검사는 기침 발생 후 3주 이내에 시행해야 한다.
백일해의 주된 치료는 증상에 대한 대증치료이다. 발작성 기침이 시작되기 전에 항생제 치료를 하면 병의 경과를 완화시킬 수 있으나, 이후에 시작하는 경우에는 임상경과에 뚜렷한 호전을 주지 않는다. 하지만 백일해균을 제거하여 전파력을 감소시키기 위해 항생제 치료는 권고되며 주로 마크로라이드계를 사용한다. 적절한 항생제 시작 후 5일까지 격리가 필요하며 항생제 치료를 하지 못한 경우에는 기침 시작 3주까지 격리가 필요하다. 백일해 환자의 동거인, 고위험군 또는 고위험군에게 전파 위험이 있는 집단에서는 예방적 항생제 투여가 필요하다. 지역사회 내 백일해가 유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집단 예방적 항생제 투여는 권고되지 않는다.
백일해 예방을 위해서는 백신접종을 시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초등학교 입학 전 DTaP(디프테리아·파상풍·백일해) 백신을 5회(생후 2, 4, 6개월에 기초접종, 15-18개월과 4-6세에 추가접종) 접종하며, 이후 11-12세에는 청소년 및 성인용백신인 Tdap(파상풍·디프테리아·백일해)으로 추가 접종을 받아야 한다. 11-12세에 백일해가 포함되지 않은 Td(파상풍·디프테리아) 백신을 접종받았다면 Td접종 시점에 상관없이 Tdap을 1회 접종받는다. 성인 중 12개월 미만 영아와 함께 거주하거나 밀접한 접촉이 예상되는 경우(부모, 조부모, 영유아 돌보미, 의료종사자등)에는 Tdap 백신 1회 접종이 권장된다. 또한 임신부의 경우 임신 27-36주에 매 임신 시마다 Tdap 백신을 접종받는 것이 권장된다.

- 진료과목
- 감염성질환, 불명열, 결핵, 특수예방접종, 여행자의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