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대학교병원
생명사랑 2024. 가을호
VOL.256
CULTURE&LIFE

부산문화회관에서 만나는
모네에서 앤디워홀까지

글 박혜경 기자

경주에서 시작한 「모네에서 앤디워홀까지」 전시회가 부산 시민들의 대표적인 문화쉼터공간인 부산문화회관에서 개최되었다. 아직은 고온다습한 날씨에 시원한 에어컨이 나오는 실내 나들이를 자주 찾게 되는 요즘과 완벽히 맞는 전시회가 아닐까 싶다.

「모네에서 앤디워홀까지」는 남아프리카공화국 국립 미술관인 요하네스버그 아트 갤러리의 소장품을 통해 17세기부터 20세기까지 서양 미술사 400년을 살펴볼 수 있게 기획된 전시이다. 클로드 모네에서 앤디 워홀까지 89인의 화가가 그린 143점의 명화가 전시되어있다.

미술 연도별로 구성된 9개의 전시 공간 배치도와 작가, 작품명을 담은 가이드 팸플릿이 준비되어 있고, 도슨트의 음성 가이드 앱을 무료로 다운받을 수 있어 명화 작품을 잘 모른다고 해도 음성 가이드를 들으며 작품의 감동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한 방향으로 진행하여 다시 돌아오지 못하는 일부 전시와는 달리 음성 가이드를 들으며 일방적인 순서가 아닌, 마음대로 돌아다니면서 전시를 볼 수 있다. 또한 작품과 관람객의 거리가 가까워 섬세한 색감이나 붓 터치 하나까지 직접 볼 수 있게 전시되어 무척 좋았다.

그중 학창 시절 배웠던 점묘법의 특징이 강렬했던 폴 시냑의 「라로쉘」은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생각났던 강렬한 경험이었다. 또한 뭔지 모를 후광과 해괴한 장난기가 공존한 파블로 피카소의「어릿광대의 두상」이 인상적이었다. 특히 피카소의 그림과 함께하는 도슨트의 가이드에서 “피카소는 진정한 예술은 어린아이의 시선으로 세상에 다가가는 것이라고 생각했다.”라는 해설이 기억에 남았다. 우리도 살아가면서 때때로 그런 어린아이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요하네스버그 아트 갤러리의 설립자인 플로렌스 필립스 부인은 예술이 취약 계층을 위한 사회적 도구가 될 수 있다고 믿고, 국제적 수준의 공공 미술관을 세워 자신이 그 역할을 하고자 하였다. 전시공간 중 마지막 공간인 남아프리카 예술 공간의 작품들은 아프리카 전통과 유럽 미술 사이에서 특유의 창의성이 돋보이는 작품들로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자리 잡은 갤러리의 가치와 예술의 영향력을 믿은 필립스 부인의 신념이 현실에 구현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이번 전시는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전시 연계 미술관 프로그램도 함께 진행 중으로 가족 단위 관람객에게도 좋은 경험이 될 것 같았다. 뜨거운 여름을 지나 풍요로움으로 우리를 맞이해 줄 가을을 기다리며, 부산문화회관에서 문화적 경험을 채워보는 것도 행복한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