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 작은 우리 아이,소아 성장장애일까?

아이들이 건강하고 무럭무럭 자라는 것은 모든 부모들의 소망일 것이다. 진료실에 들어온 천진난만한 아이와는 달리, “또래들 중에 제일 키가 작아요” 혹은 “작년에 키가 하나도 안컸어요”라고 말하는 부모의 음성은 걱정이 가득하다.
의학적으로 “작은 키”는 단순히 주변의 사람들과 비교하여 작은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같은 성별, 같은 연령의 아이들 중에서 키가 가장 작은 아이(1백분위수)부터 가장 큰 아이(100백분위수)를 순서대로 나열했을 때 자신이 어느 수준에 해당하는지 확인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 성장도표와 성장곡선이며, 가장 최근의 소아청소년 성장도표는 2017년도에 작성되었다. 질병관리청 사이트의 측정계산기(https://knhanes.kdca.go.kr/knhanes/sub08/sub08_04.do)를 통해 자신의 키와 체중을 입력하면 백분위수를 쉽게 확인해볼 수 있다. 3백분위 미만인 경우 ‘의학적으로 작은 키’이다.
일반적으로 건강한 소아에서 생후 첫 1년간 25cm가 자라고 제2년째는 10cm정도 자라게 되며, 제4년째는 7cm가량으로 감소, 4세 이후부터 사춘기 전까지 연간 5~6cm가량 자란다. 사춘기 시기에 여아에서는 연간 8~12cm, 남아에서는 10~14cm가 자라고, 15~16세 이후부터는 서서히 성장속도가 감소하여 최종 성인키에 이르게 된다. 대개 여아는 유방발육 직후 급성장이 일어나고 초경 이후에 성장속도가 감소하며, 남아에서는 고환의 크기가 10~12mL 정도일 때 최대 성장 속도를 나타낸다. 개인에 따라 소아기 중간에 성장 급증기가 관찰되고 약 2년을 주기로 성장속도의 주기적 변동을 보이기도 하며, 겨울철에는 성장속도가 최저가 되는 계절적 변동을 보이는 등 다양한 양상을 나타낸다. 따라서 최소 6개월에서 1년간, 충분하게는 3년간 관찰하여야 성장속도의 이상 여부를 알 수 있다.
현재 작은 키가 아니더라도 성장속도가 감소하여 성장곡선을 가로질러 하향하는 경우 수년 내에 작은 키가 될 가능성이 있어 키가 자라지 않는 병적인 원인이 있는지 평가해 볼 필요가 있다. 현재의 키와 체중은 병원에서 측정해보면 정확히 알 수 있지만, 과거 성장한 속도는 부모님의 기억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집에서 정기적으로 키를 잰 기록이나 영유아 검진 또는 학교에서 측정한 자료를 가지고 간다면 성장 상태를 평가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건강한 어린이는 정상 범위 내에서 각자 나름대로의 성장과 발달을 하며, 개별적인 발육 과정은 유전과 환경적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 인종, 민족, 가족의 유전적 특성은 성장 패턴과 최종 성인키에 영향을 준다. 이를테면, 스칸디나비아 반도 사람들은 이탈리아 사람들보다 대체로 키가 크다. 그리고 어떤 집안은 키가 크고 어떤 집안은 키가 작다. 하나의 예로서, 성장속도는 정상이지만 부모의 키가 작으며 성장하는 동안 5백분위수 미만의 키를 유지하면서 최종키도 작은 가족성 저신장이 있다.
작은 키의 원인은 다양하다. 성장판의 내인적인 결함이나 유전적 질환으로 성장장애가 발생할 수 있다. 흡수장애, 심혈관질환, 신장병 등의 만성 질환은 세포 분열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2차적인 에너지 결핍을 일으킨다. 성장호르몬, 갑상샘 호르몬, 성호르몬 등의 호르몬 분비나 작용의 이상은 성장장애를 초래할 수 있다. 천식 등으로 스테로이드 약물 치료를 지속하는 경우 성장속도가 감소할 수 있고, 부모의 이혼 등 정신적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스트레스가 있을 경우 정신사회적 저신장이 초래될 수 있다.
요즘 많은 아이들이 학교, 학원 그리고 또 다른 학원으로 바쁘고 뛰어 노는 시간이 거의 없으며 잠이 드는 시간도 늦은 경우를 자주 보게 된다. 스트레스와 늦은 수면시간, 활동량의 부족 등도 성장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전체 신생아의 3%는 부당량아, 즉 임신나이에 비해 적은 체중과 키를 가지고 태어나는 데, 이들 중 90%는 따라잡기 성장을 하면서 정상 키 범위 안에 도달하지만 나머지는 성장장애가 발생하여 치료가 필요하다. 또한 어릴 때는 작은 편이지만 또래보다 늦은 나이에 부쩍 성장하여 최종적으로는 정상적인 성인키에 이르는 체질성 성장지연의 경우 대개 치료가 필요 없으며 부모에서 동일한 성장 패턴의 가족력이 있는 경우가 많다.
내일의 날씨와 환율, 주가처럼 인간은 미래를 예측하고 싶어 한다. 마찬가지로 가령 지금 5세인 우리 아이의 10여 년 뒤쯤의 최종성인키를 알고 싶어 한다. ‘성장판 사진’ 또는 ‘뼈나이’라고 불리는 골성숙 평가를 위한 엑스레이 사진을 촬영하고, 현재의 키, 뼈나이, 실제나이, 중간부모키 등을 이용하여 Bayley-Pinneau, Tanner, Roche 등이 개발한 방법으로 최종성인키를 산출할 수 있다. 미래를 예측하는 여러 일들이 그러하듯이, 이것 또한 경험적인 것으로서 절대적인 예측자가 되지는 못하지만, 이러한 최종키 예측 방법들은 앞서 언급한 작은 키의 여러 원인을 감별하고, 치료 여부를 결정하고, 치료에 대한 반응이 어떠한지 살펴보는 데 매우 유용하다
치료는 원인에 따라 달라지며, 성장장애를 일으킨 만성 질환 등을 치료하거나, 약물, 환경적 요인 등을 개선해 줄 때 자신의 성장 잠재력에 맞게 성장할 수 있다. 성장호르몬결핍증을 비롯한 터너증후군, 만성신부전, 누난증후군, 프래더-윌리증후군, 부당경량아 등에서는 성장호르몬 약물치료를 할 수 있으며 매일 저녁 피하로 주사하고, 수주에서 수개월 간격으로 병원을 방문하여 성장 속도와 이상반응 여부를 평가한다. 부작용으로는 발진, 두통, 갑상선기능저하증, 관절통, 고혈당 등이 알려져 있다.
바라볼수록 멋지고 예쁜 아이들의 일상을 기록으로 남기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키와 체중 등의 성장 기록을 작성해보고 현재 ‘작은 키’이거나 작을 것으로 예상될만큼 ‘낮은 성장속도’를 보일 경우 시기적절한 검사와 치료를 위해 소아청소년과를 방문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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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뇨병, 갑상선질환, 성장장애, 비만, 사춘기이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