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정이 힘들어도 좋은 모습으로 퇴원하면
그보다 더 좋은 관계는 없습니다”

소아청소년과는 필수의료이지만 몇 년 전부터 미래가 어둡고 힘이 든다며 선택을 기피하는 진료과 중의 하나이다. 전공의 지원율이 해마다 떨어지고 인력 확보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가운데 사명감을 가지고 아이들을 열심히 진료하고 있는 신동현선생님을 만나보았다.
의과대학 시절 실습을 돌 때 이상하게도 적막하고 차가운 공기의 수술실 특유의 분위기가 본인과 맞지 않아 싫었던 선생님은 수술실에 들어가지 않는 과와 만성 질환 환자를 보는 과를 제외하다보니, 증상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그에 맞는 치료를 하면 완치 후 퇴원하고 정상적인 일상생활을 할 수 있는 것이 좋다고 생각되는 소아청소년과를 선택하게 되었다.
소아청소년과는 다른 과와는 달리 아이들을 진료하다 보면 부모님들도 상대해야하는 힘든 점도 있을 텐데 젊은 보호자들이 많아서 아이들의 질환에 대해 알아보고 찾아보고 병원을 내원하니 배경지식이 있어서 대화가 더 잘 되는 편이라 오히려 좋다고 한다. 다만, 채혈이나 수액 주기 위해 혈관이 너무 안잡히는 경우에는 힘들어 가끔은 도움을 요청하기도 한단다.
그에게도 잊지 못할 환자가 있다. “여러 환자가 있지만 진료 후 10여 년 오지 않다가 계속적인 경련과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여기저기 연락해도 받아주는 병원이 아무 곳도 없어 태풍을 뚫고 부산대학교병원으로 왔습니다. 검사 상 신경외과 수술이 필요 상태라 신경외과 교수님과 연락을 주고받으며 복잡한 과정들이 진행되었고 그 과정을 지켜본 어머니가 집에 데리고 가서 임종을 맞이하겠다며 보내달라며 우셨어요. 그런 어머니께 꼭 방법을 찾을 테니까 입원해서 치료받자고 설득해 결국 수술 잘하고 치료 잘 받아 퇴원하게 되었습니다. 퇴원 전날 보호자가 저를 애타게 찾아와 음료수를 건네며 정말 감사했다며 인사를 전해왔는데 힘들었던 일은 다 사라지고 보람 있고 뿌듯함을 느꼈던 기억이 납니다.”
아무리 과정이 힘들고 보호자들과 이견이 있어 불편하더라도 아이들이 잘 치료되어 퇴원하게 되면 좋지 않았던 것은 모두 잊게 되고 좋은 결과는 좋은 관계로 유지된다고 하는 신동현 선생님.
“선생님은 성격이 긍정적이고 아이들을 참 좋아하시나 봐요?”라고 물으니 “저는 그리 긍정적이지도 못하고 이쁜아이들을 좋아합니다. 하하하”라며 웃으신다. 그러자 옆에 있던 직원이 “아니에요, 진짜 긍정의 아이콘이에요, 아이들을 너무 좋아하고 잘 챙겨주세요, 무슨 얘기를 해도 다정하게 다 받아주고 보호자에게 하나하나 세세하게 다 설명해 주고 친절하세요”, “인기가 많아서 내원 시 안 보이면 어디 계시냐고 찾으세요” 라고 한다. 퇴원 후에도 환자나 보호자들이 많이 찾는다는 것은 그만큼 좋은 분으로 기억하기 때문일 것이다. 선생님의 밝고 아이 같은 순수함, 긍정적인 부드러움을 보니 그는 천상 소아청소년과 의사인 것 같다.
끝으로 싶은 말이 있냐고 하니 근무하면서 도움을 받았던 “소아청소년과 외래선생님들, 그리고 ER, EICU, NICU, 6병동 북쪽 간호사님들께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앞으로도 지금처럼 많이 도와주셨으면 좋겠다”고 부탁의 말도 잊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