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는 슬기로울전공의 생활

“덕분에 치료 잘 받고 갑니다.”, “덕분에 저희 어머니가 편안히 가셨습니다.”, “덕분에 앞으로도 이 병을 이겨낼 자신이 생겼어요.”, “초음파를 꼼꼼히 봐주셔서 우리 아이가 건강하게 태어날 수 있었어요.” 이 말들은 산부인과 환자들이 퇴원을 하는 날이나 퇴원 후 병동으로 찾아오셔서 남기고 가는 말들이다. 그 말을 전달해 달라는 대상자 중 한 명이 바로 산부인과 전공의들이다. 산부인과는 필수 진료과임과 동시에 지역 인재들이 수요가 높은 수도권으로 대거 유입되고 있는 진료과 중 하나이다. 또한 작년 김미애 의원 조사 자료에 따르면 산부인과 전공의 지원율이 78%(187명 모집에 145명 지원)에 그쳐 지역에서의 인력난은 상당히 심각한 상황이다. 이런 어려운 상황에서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해나가고 있는 양산부산대병원 산부인과 전공의들이 있다.
그녀들은 현재 양산부산대학교병원 산부인과 4년차로 근무중에 있다. 전공의 후배들이 부재한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여 수많은 환자들을 위해 근무하고 있다. 수술방을 뛰어다니며 응급상황의 환자를 살리기 위해 노력하였고, 때로는 검사 결과에 따라 이루어지는 각종 내과적 처치를 진행하느라 병동에서 날밤을 새는 경우도 있었다. 지난 3년을 생각하면 어땠냐는 질문에 지금 자신들이 하고 있는 업무가 연차가 올라 갈수록, 아는 것이 많아질수록 더욱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느낀 다고 했다. 그리고 덧붙여 그럴수록 ‘환자에게 해를 끼치지 말자’라는 생각으로 수련받고 있다고 한다. 진료과의 특성상 다양한 나이대의 여성들을 만나게 되니 그 환자들이 우리들의 엄마이기도 하고, 할머니이기도 하고 그리고 우리 자신들일 수도 있기 때문에 환자를 보다 보면 자연스럽게 감정이입이 된다고 한다. 돌이켜보면 경과가 좋지 않았던 분들이 더욱 기억에 남는다고 한다. 응급실에 태동이 느껴지지 않아 내원한 산모나 항암을 위해 주기적으로 내원하여 치료받던 중 급격히 상태가 나빠져 생을 마감하셨던 분들이 아직도 머릿속에 남아 있다고 한다. 그와 더불어 환자분들이 힘들지 않게 치료받을 수 있도록 내가 도움이 되었을까? 라는 질문을 무수히 되뇌었다고 한다.
산부인과를 지원하고자 하는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없냐는 질문에 두 전공의 모두 깊은 고민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산부인과를 선택하고 싶지만, 산부인과 자체가 가지는 리스크 때문에 지원을 고민하고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저희가 늘 산부인과는 ‘dynamic’하다고 표현을 하곤 하죠. 다른 진료과에 비해 dynamic한 case를 많이 보게 되어 그 부분들이 산부인과를 지원하는 데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어떤 진료과를 선택하여도 전공의 수련 과정이 힘든것은 동일하기 때문에 내가 진심으로 하고 싶은 진료과를 선택하는 것이 곧 후회없는 선택이고 결국은 최선의 선택이라는 말을 전달하고 싶습니다. 내가 하고 싶은 과를 선택하면 힘들어도 조금 더 관심을 가지고 환자를 care하게 될 것이며 그 과정에서 상당한 보람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남은 1년 동안 항상 겸손하고 배우는 자세로 전공의 생활을 잘 마무리하고 싶다는 두 분의 모습에서 환자들이 퇴원 후에도 찾아와 고맙다는 말을 전달해달라는 이유를 알 것만 같다. 산부인과 전공의들이 좀 더 확보되어 언젠가는 슬기로울 산부인과 모습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