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대학교병원
생명사랑 2024. 신년호
VOL.253
만나러갑니다

대한민국의 평화를 지켜낸 유엔군의 안식처
재한유엔기념공원

재한유엔기념공원관리처 백성훈 조경사


대한민국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한 뉴질랜드 데임 신디 키로 총독, 그자비에 베텔 룩셈부르크 총리가 정전협정체결 70주년을 기념하는 참배 행사를 위해 방문하는 공원. 그 외에도 수많은 주요 인사들과 참전용사, 유가족들이 지속적으로 찾는 공원. 그들이 지켜준 대한민국의 평화 속에서 누리는 자유의 의미를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장소가 바로 재한유엔기념공원이다. 이 특별하고 의미 깊은 장소의 조경과 묘역관리를 올해로 12년째 담당하고 있는 백성훈 조경사를 만나 보았다.

재한유엔기념공원과 하시는 일을 소개해 주세요.

재한유엔기념공원은 세계 유일의 유엔기념 묘지이자 성지로 한국전쟁에서 전사하신 유엔군들이 잠들어 있다. 현재 유엔기념공원에는 총 13개국 2,327명의 유엔참전용사들이 영면하고 있다. 사실 예전 공원의 명칭은 유엔기념공원이 아니라 유엔기념묘지였다. 단순히 도심 안의 묘지라고도 볼 수도 있겠지만, 이곳은 대한민국의 평화를 지켜낸 유엔군의 안식처이다.

우리 조경팀은 8명이고 수목 및 화초류 등의 식재 및 관리와 묘역 관리를 맡고 있다. 묘역은 크게 한국전쟁 당시 전사하신 분들이 안장되어 있는 상징구역과 주묘역, 그리고 2015년부터 새롭게 조성된 참전용사묘역으로 나눌 수 있다. 참전용사묘역에는 생환하신 한국전 참전용사 중 전우들 곁에 안장을 희망하신 분들이 모셔지게 된다. 특히 참전용사묘역에서는 안장식도 진행 되는데, 조경팀에서도 안장식 관련 업무 일부를 함께 담당하고 있다.

재한유엔기념공원을 관리하며 특별한 에피소드가 있으시다면?

안장식 때는 유가족들을 만나기도 하는데, 먼 곳에 가족을 두고 뒤돌아설 때 걱정하시는 마음이 조금이나마 덜어지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너무나 존경스러운 참전용사 분들을 생각하면 항상 경건한 마음으로 안장식에 임하게 된다. 그래서 그런지 주위에서 다들 하시는 말씀이 제가 참전용사와 유가족에게 좋은 일을 해서 복을 많이 받아 늦은 나이에 결혼도 하고, 집도 장만하고, 아들딸 낳고 행복하게 잘 사는 것 같다고 하신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앞으로도 제가 맡은 바 일을 충실히 수행하는 동시에, 그분들의 숭고한 희생정신에 진심으로 감사하며 살아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재한유엔기념공원에 안장되는 자격은 어떻게 되나요?

2015년 전까지는 대부분 한국전쟁 중 전사한 유엔군들만 이곳에 잠들어 있었다. 그러나 2015년부터 이곳을 관리·운영하는 관리 주체인 재한유엔기념공원 국제관리위원회*는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전우들 곁에 묻히기를 원하는 참전용사들의 안장도 검토해 승인을 하고 있다. 지금은 안장자의 배우자도 원하면 남편 곁에 합장될 수 있다.

재한유엔기념공원을 관리하시면서 힘든 점과 뿌듯한 점이 있다면?

현장에서 하는 업무다 보니 날씨가 가장 어려운 난관이다. 점점 이상기후로 인해 공원에 있는 수목들도 한 해, 한 해 힘들게 보내는 것 같다. 계절의 구분이 불명확해지니 꽃이 피는 시기도 달라지고, 낙엽이 지는 시기도 점점 늦어지는 것이 보인다. 여름의 고온현상, 일정치 않은 강우량 때문에 저희도 많은 공부를 해가며 관리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나무 한그루 꽃 한 송이가 저희의 노력과 마음을 알아주는 것처럼 멋지게 공원을 빛내줄 때 마음이 뿌듯하기도 하다. 공원을 찾아주시는 참배객들도 공원을 멋있게 가꿔줘서 감사하다는 인사를 해주시는데, 그럴 때마다 저희가 들이는 노력이 헛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어 보람을 느낀다.

병원보 구독자분들에게 한 말씀 부탁 드립니다

「생명사랑」을 통해 인사드릴 수 있게 되어 너무 반갑고 또 감사드린다. 전 세계 유일한 유엔군 전몰 장병들이 잠들어 있는 묘역을 관리하는 조경사로 항상 자부심과 긍지를 갖고 있다. 우리 공원을 찾아주시는 모든 참배객들이 그분들이 지키고자 했던 평화와 행복의 가치를 느낄 수 있는 공원이 될 수 있도록 항상 최선을 다하겠다

* 재한유엔기념공원 국제관리위원회
이곳에 안장자가 있는 11개국으로 구성된 국제기구. 대한민국을 포함하여 호주, 캐나다, 프랑스, 네덜란드, 뉴질랜드, 노르웨이, 남아프리카공화국, 튀르키예, 영국, 미국이 회원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