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대학교병원
생명사랑 2023. 신년호
VOL.249
의료특집⑤

재난과 심리적 트라우마

허성영 양산부산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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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0월 30일 아침 뉴스에서 서울 이태원에서 좁은 골목에 핼러윈 축제를 즐기려는 수많은 인파가 한꺼번에 몰리며 많은 사람이 사망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처음 뉴스를 접했을 당시 진짜 그런 일이 일어났을까 하는 의문과 함께 사실이 쉽게 믿어지지는 않았다. 이후 여러 매체 등을 통하여 반복하여 뉴스를 접하게 되었고 직접 찾아보지 않아도 그 당시 상황들에 대해서 노출이 되면서 불안하고 걱정이 되는 감정과 함께 내가 그곳에 있지 않았다는 안도감도 느꼈던 것 같다.

사실 이태원 사태 이전에도 세월호나 포항 지진 같은 재난이 있어 왔고 당시에도 재난과 심리적 트라우마에 대한 관심들이 많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역사적으로 보면 심리적 트라우마에 대한 관심은 미국의 남북전쟁쯤부터 시작되어 1, 2차 세계대전을 통하여 트라우마와 정신적 증상에 대한 연관성에 대한 인식이 생겨나기 시작하였다. 전쟁 이외에도 1906년 샌프란시스코 지진 등을 통하여 1910년 구호라는 것이 일종의 정책 과학으로 정착되었으나 1952년에 이르러서야 재난연구회가 설립되고 재난에 대한 반응 등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졌다.

재난이란 날씨 등의 자연현상의 변화 또는 인위적인 사고로 인한 인명이나 재산의 피해를 말하며 재난이 일어난 이후에는 일종의 보호반응인 충격과 부정이 사건 직후에 나타난다. 이후 멍하거나 현실과 괴리된 느낌과 예민하고 자극에 과민하고 이에 따른 신체 반응인 과각성을 보이며 시간이 지나면서 사고를 재경험하고 이로 인한 대인관계나 인지의 왜곡 등의 다양한 심리 반응을 보인다. Wallace는 1956년 재난에 대한 반응을 충격반응단계(재난의 충격을 처음 흡수했을 당시 사람이 보이는 반응), 반동반응단계(위험이 지나간 바로 다음에 오는 반응), 회상반응단계(재난 자체에서 멀어졌지만 재난이 몰고 온 결과가 가져오는 여러 결과에 대한 반응)로 나누어 설명하였다. 또 1994년 Frederick은 초기충격 단계(불안과 구체적인 공포), 영웅단계(heroic: 자신과 다른 사람을 구하기 위해 신체적, 정신적으로 힘을 쏟음), 신혼기분단계(honey moon: 자신이 생존했고 구원받고 있다는 사실에 감사와 기쁨), 환멸단계(disillusionment: 모든 일을 제때 잘 처리하지 못한 국가나 기관을 원망하고 좌절), 재조직단계(reorganization: 정신적, 정동적으로 재건과정이 일어남. 상황을 현실적으로 보게 되며 수용)로 나누기도 하였다.

이렇듯 재난 직후에는 충격의 단계를 경험하고 위험이 지난 이후 재난에서 멀어지고 나서도 상당 기간 심리적인 후유증을 겪게 된다. 정신의학에서는 이러한 반응과 증상에 대하여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Post-Traumatic Stress Disorder)라는 질병으로 다루고 있다.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의 경우 정신적 외상(Trauma)을 경험하고 나서 꿈이나 회상을 통해 사고나 재해를 반복적으로 재경험하게 되고 사건을 연상하게 되는 자극을 회피하고 깜짝깜짝 놀라거나 자극에 과민하며 불면과 각성도가 올라가 있는 상태가 지속되며, 사고와 관련하여 인지나 정동의 부정적인 변화를 동반하는 질병이다. 즉 트라우마를 일으키는 사건이 끝났음에도 계속 그 사건을 경험하고 당시에 머물러 있는 병이라고 할 수 있다.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를 유발하는 자극의 경우 대부분 갑작스럽게 일어나며 경험하는 사람에게 심한 고통을 주고 일반적인 스트레스 대응 능력을 압도하는 특성을 가진다. 정신적 외상은 생명이나 신체를 위협할 정도의 극심한 스트레스를 말하며 전쟁, 테러, 성폭력, 교통사고, 천재지변 등이 그 예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이전에는 그러한 트라우마를 직접 경험한 경우에 한하였으나 최근에는 이를 직접 목격하거나 가족이나 가까운 친척 또는 친구에게 일어난 것을 알게 된 경우에도 진단이 가능하도록 바뀌었다. 단순히 뉴스나 미디어를 통하여 사고를 목격하였다고 외상 경험을 했다고 이야기하기는 어렵지만, 재난에 대한 과도한 노출이 정신건강에는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예측은 할 수 있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에서도 이 같은 우려 때문에 이태원 참사에 대하여 성명을 발표하였고 여과 없이 사고 당시의 현장 영상과 사진을 퍼뜨리는 행동에 대하여 우려를 표명하고 혐오 표현에 대한 자제를 요청한 것이라 할 수 있다.

현대 사회는 과학의 발전으로 물질적인 풍요를 이룩하였다. 하지만 여전히 자연재해와 같이 인간이 조절할 수 없는 일들은 일어나고 있으며 사람의 실수 또는 부주의나 고의로 일어난 사고도 규모가 커지고 잦아졌다. 또한 미디어와 인터넷의 발전으로 이전과 달리 이러한 재난에 대한 소식이나 상황을 더 쉽게 더 생생히 접할 수 있게 되었다. 따라서 재난을 직접 경험할 위험과 함께 간접 경험할 수 있는 위험도 늘어났다고 할 수 있다. 이번 이태원 참사를 겪으며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로서도 한 개인으로서도 재난을 줄 일 수 있는 노력과 함께 재난에 따른 심리적 어려움에 대한 대처와 회복을 위한 노력과 대비가 더욱 필요하다고 느꼈다.

자문교수
허성영 양산부산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허성영 교수 사진
진료과목
조현병, 기분장애, 불안, 불면, 행위중독(게임, 스마트폰)
허성영 교수 진료일정
진료일정 구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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