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대학교병원
생명사랑 2024. 봄호
VOL.254
의료특집④

고혈압이 무서운 이유는?
침묵의 살인자

이상현 양산부산대학교병원 심혈관센터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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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가을쯤, 나에게 응급실에서 전화 한 통이 걸려 왔다. “37세 남자 환자로 숨이 많이 차서 왔습니다. 심장 기능이 많이 떨어진 상태로 폐부종이있어 입원이 필요합니다.”라는 내용이었다

‘37세의 젊은 나이에 무엇 때문에 심장 기능이 떨어져서 숨이 찰 정도로 폐에 물이 찬 것일까?’ 궁금증이 들었다. 정답은 바로 다음 통화에서 드러났다. “응급실에서 측정한 혈압은 150/100mmHg입니다.” 그렇다. 심장기능이 떨어진 환자의 혈압이 높다는 것은 평소에는 혈압이 훨씬 더 높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환자가 고혈압이 있나요?”라고 물었더니 바로 대답이 왔다. “평소 혈압이 높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특별한 증상이 없어 치료받지 않았다고 합니다.” 바로 고혈압이 “침묵의 살인자”인 이유다.

고혈압은 현재 우리나라 진료 지침에 따르면 진료실에서 측정한 수축기 혈압이 140mmHg 이상이거나 이완기 혈압이 90mmHg 이상으로 정의한다. 가정혈압계로 측정할 때는 올바른 방법으로 측정한다고 했을 때 수축기 혈압이 135mmHg 이상이거나 이완기 혈압이 85mmHg 이상일 때 고혈압으로 정의한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고혈압의 증상’ 하면 드라마에서 자주 보는 뒷목을 잡고 쓰러지는 상황을 떠올린다. 그러나 앞에 이야기한 젊은 환자처럼 대부분은 증상이 없다. 증상이 없으니, 상대적으로 치료에 소홀하기 쉽다. 여기서 ‘증상도 없는데 왜 혈압이 140/90mmHg 이상으로 높으면 치료를 하라고 하지?’라는 의문이 들 수 있다. 이는 혈압이 140/90mmHg 이상으로 높게 유지되면 그보다 낮은 혈압의 사람들보다 심뇌혈관 합병증이 더 잘 생긴다는 오랜 시간 축적된 의학적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여 나온 결론이다.

최근에는 대규모 연구를 통하여 혈압을 보다 더 낮게 유지하는 것이 더 좋은 결과를 보인다고 하여 미국은 고혈압의 진단기준을 낮추어 2017년부터 130/80mmHg 이상으로 고혈압을 정의하였다. 결국 증상이 없더라도 혈압이 높은 상태가 지속되면 심뇌혈관 합병증으로 사망까지 이를 수 있기 때문에 혈압을 잘 조절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그럼 앞서 이야기한 젊은 환자는 어떻게 되었을까? 다행히도 혈압약을 4알씩 잘 복용하고 정상 혈압으로 유지되면서 심장 기능이 많이 회복되었고 지금은 혈압 조절을 아주 열심히 하면서 정상적으로 잘 지내고 있다.

그러나 항상 이렇게 좋은 결과만 보이는 것은 아니다. 특히, 고혈압으로 인한 뇌졸중이나 뇌출혈은 사망을 포함한 심각한 합병증을 야기한다. 최근 협진을 했던 케이스 중에 45세 나이에 고혈압으로 인한 뇌출혈로 뇌사 상태에 빠져 결국 사망한 환자가 떠오르는 대목이다. 평소 자신의 혈압에 관심을 가지고 고혈압 치료를 받았다면 막을 있지 않았을까 생각하니 더욱 안타깝다.

한편 고혈압은 신기능에도 악영향을 준다. 당뇨병이 동반되면 특히, 더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혈액 투석을 받는 많은 환자들이 고혈압과 당뇨병의 유병 기간이 길었고 조절이 잘되지 않았다는 사실은 이를 뒷받침한다. 따라서 이러한 환자들은 특히 혈압조절을 적극적으로 하는 것이 중요하겠다.

지피지기(知彼知己)라는 말이 있다. 나의 혈압을 잘 아는 것이 고혈압 치료의 첫걸음일 수 있다. 또한 혈압은 한번 측정으로 모든 것을 대변하지 않기 때문에 반복적 으로 측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가정용 혈압계를 비치해 놓는 것도 좋은 방법이겠다. 이를 바탕으로 침묵의 살인자인 고혈압의 실체를 파악하고 대응하여 혈압을 잘 조절한다면 침묵의 살인자는 영원히 숨어 지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자문교수
이상현 양산부산대학교병원 심혈관센터 교수
신기혁 교수 사진
진료과목
고혈압, 협심증, 심부전, 부정맥(빈맥, 서맥), 심계항진, 순환기계문제로인한실신과현기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