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상 후에 보이는 스트레스 관련 증상 이해하기

지진이나 태풍 같은 자연재해, 전쟁, 교통사고, 산업재해, 각종 강력범죄 등 어쩌면 우리는 늘 외상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하지만 늘 사건 사고 소식을 뉴스에서 접하면서도 오늘 나에게 그런 일이 일어날 거라고 생각하기는 쉽지 않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나에게 큰 사건 사고가 벌어진다면 어떻게 될까? 아마도 신체적인 손상으로 인한 고통과 함께 극심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외상을 경험한 사람 모두가 동일한 반응을 보이지는 않지만, 외상의 정도가 강력할수록 오래 지속될수록, 더 예측하기 어렵고 갑작스러울수록, 더 손 써볼 여지가 없이 조절하기 어려운 사건일수록 외상 이후 정신적인 고통의 정도는 더 심해질 수 있다.
그러면 심한 외상적인 사건 사고로부터 일어날 수 있는 심리적 반응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먼저 끊임없이 파고드는 고통스러운 기억을 의지와 상관없이 반복해서 떠올리며 재경험할 수 있다. 자꾸만 나도 모르게 그때로 돌아가서 그 사건이 지금 다시 재현되는 것처럼 느껴지거나 사건과 관련된 고통스런 꿈의 형태로 다시 경험하기도 한다. 그리고 사고를 연상시키는 모든 단서들이 고통을 주기 때문에 많은 것들을 피하게 된다. 예를 들어 특정 장소나 사람을 피하기도 하고, 사고와 관련된 활동, 물건, 상황 등 모든 것들을 피하게 된다. 외부적인 것들뿐만 아니라 외상과 관련된 기억이나 생각조차 피하려고 노력한다. 이런 일들이 반복되면서 점차 자신이 좋아하던 일들에 흥미를 잃어 참여하지 않게 되고, 긍정적인 감정을 잘 느끼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 다른 중요한 문제 한 가지는 자신과 미래와 이 세상에 대한 부정적인 믿음에 사로잡히게 되는 것이다. 자신에 대한 무가치감, 누구도 믿을 수 없다는 생각, 이 세상이 전적으로 위험하다는 생각들을 가지게 된다. 또 이 일이 전적으로 나 때문에 일어난 것 같다거나, 미리 예상하고 막지 못한 내 잘못이라는 생각에 괴로워하기도 한다. 이런 증상들로 인해서 사소한 자극에도 과도하게 놀라는 반응이 보이고, 매사에 예민해져 공격적인 말과 행동, 때로는 폭발적인 분노의 형태로 나타나기도 한다.
그때 주변 사람들은 외상 사건을 경험한 사람이 느낄 수 있는 무력감, 우울함, 분노, 절망감, 죄책감 등의 감정을 표현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수용해주는 것이 좋다. 심각한 외상을 경험한 사람들이 계속해서 사고 장면을 재경험 하고, 많은 것들을 피하려하고, 자꾸만 쉽게 놀라는 자신을 느끼게 되면 ‘내가 신체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이상해져 가는 건지, 내가 너무나도 나약한 사람인 것인지, 하루 빨리 이런 증상들로부터 벗어나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들을 갖게 되어 더 힘들어할 수 있다. 그런데 이분들이 보이는 증상들은 갑자기 엄청난 사건 사고를 경험한 사람들이 보일 수 있는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특히 외상 사건을 경험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이라면 누구나 마음을 ‘단디’ 먹을 수 없는 시점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외상 후의 스트레스 관련 증상에 대한 치료는 일찍 시작할수록 좋겠지만 결코 늦은 때란 없다. 사건과 관련된 기억이나 그것을 떠올리게 만드는 장소나 물건, 상황을 피하는 방법은 일시적으로 고통을 줄여 줄 수 있지만, 점점 회피하는 데 더 많은 에너지가 들어가고 사회적으로도 더 고립될 수 있다. 이런저런 이유로 곧바로 치료받을 기회를 갖지 못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는데 고통스럽고 어려운 상황들이 계속되고 있다면 너무 늦었다고 생각하지 말고 용기를 내서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참고로 외상과 관련된 정신질환 중 가장 많이 알려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의 경과를 살펴보면 30% 정도는 완전히 회복되고, 40%는 약한 증상을 보이는 정도까지, 나머지 30%는 중등도 증상을 보이는 정도까지 회복되었다고 한다. 10% 만이 증상의 변화 없이 계속 악화되는 양상을 보였다고 한다. 그런데 이 자료는 치료를 하지 않고 자연 경과를 살펴보았을 때 회복되는 정도이기 때문에 적극적인 치료를 받을 경우 회복되는 정도가 더욱 높을 것으로 생각된다.

‘마음을 약하게 먹어선 안된다’, ‘빨리 거기서 벗어나야 하니 얼른 이겨내야 한다’고 주변에서 격려하는 말이 오히려 어떤 면에서는 환자에게 부담이 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외상 후에 환자들이 보이는 감정적 반응들이 어느 정도는 자연스럽게 나타날 수 있는 반응이라는 것을 이해해주고 여러가지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할 수 있도록 도와줄 필요가 있다.
우리가 젖 먹던 힘까지 짜내야 할 때도 있지만, 때로는 힘을 너무 많이 주고 있어서 오히려 힘을 좀 빼야 할 때도 있고, 때로는 오히려 힘을 내지 못하는 게 당연한 상황에 놓여 있기도 하기 때문에 힘이 나지 않는 것일 수도 있다.
이 질문지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진단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두가지 이상에서 ‘예’를 체크하신 분들은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기 때문에 전문가와 상의를 해보시는 것이 필요할 수 있다.

- 진료과목
- 불안장애,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 조현병, 기분장애
진료일정 | 구분 | 월 | 화 | 수 | 목 | 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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