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마시면 왜 얼굴이 빨개질까?

왜 술을 마시면 이렇게 얼굴이 빨개지는지 평소에 궁금했을 이들을 위해 교수님께 직접 물어보았다.
알코올을 섭취하였을 때 아시아인(중국, 일본, 한국 등)에서 주로 관찰할 수 있는 얼굴 붉어지는 현상을 ‘아시안 플러시 신드롬(asian flush syndrom)’이라고 합니다. 알코올을 흡수한 후 분해되는 과정에 관여하는 여러 효소와 관련된 현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섭취한 알코올의 5% 가량은 분해 없이 소변, 땀 호흡 등을 통해 몸 밖으로 나가고 몸속으로 들어온 알코올은 위에서 소량 분해됩니다. 위장을 거쳐 소장에서 흡수된 알코올은 간으로 이동하여 분해되는데, 이 때 알코올은 알코올탈수소효소에 의해 아세트알데하이드로 분해됩니다. 그리고 다시 아세트알데하이드탈수소효소에 의해 최종적으로 무독성의 아세트산으로 대사됩니다.
아세트알데하이드는 알코올 분해 산물 중 하나이며 술을 마신 이후 홍조, 빈맥, 두통, 구토 등의 숙취를 유발하는 물질로 알려져 있습니다. 또한 1급 발암 물질로 세포 및 DNA의 손상과 연관이 있다고 알려져 있고 알코올이 간에서 90% 분해되기 때문에 간 손상의 원인이기도 합니다. 위암, 식도암을 비롯해 위궤양과도 연관이 있기 때문에 주의하여야 합니다.
알코올 분해에는 두 가지 효소가 작용합니다. 먼저 알코올이 아세트알데하이드로 분해될 때 작용하는 알코올탈수소효소의 경우, 아시아인의 경우 활성이 증가되어 있어 알코올 섭취 이후 아세트알데하이드의 생성이 빠르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아세트알데하이드가 아세테이트로 분해될 때 작용하는 아세트알데하이드탈수소효소의 경우 유전자 변이로 인해 부족하기 때문에 분해 과정에서 시간이 오래 걸리게 되는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이렇게 몸에 축적된 아세트알데하이드가 안면홍조를 일으키기 때문에 술을 먹고 얼굴이 붉어진 증상은 몸속에 이러한 아세트알데하이드가 많아졌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술을 먹고 얼굴이 붉어지는 사람들은 알코올이 빠르게 분해되어 생겨난 아세트알데하이드가 분해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체내 아세트알데하이드 농도가 높아지고, 이는 염증반응을 동반하여 여러 가지 건강에 좋지 않은 많은 작용들이 생겨날 수 있습니다.
아시아인의 50% 가까이에 해당하는 인구가 유전자 변이로 인한 아세트알데하이드탈수소 효소의 부족으로 혈액 내 알데하이드가 오랫동안 머무르게 되면서 앞서 말씀드린 여러 질환들에 취약해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과음, 폭음을 피하고 낮은 도수의 술을 선택 적절한 음주를 권해드리며 빈속에 술을 마시는 것은 좋지 않겠습니다.
‘술이 세다, 약하다’는 의학적인 표현은 아닙니다. ‘술이 는다’는 표현도 마찬가지입니다. 다만, 술을 지속적으로 마시다보면 간에서 알코올을 분해하는 효소의 활성이 증가하여 이전보다 술이 취하는 시간이 지연되는 것을 느낄 수 있고 이것이 술이 세지거나 늘었다고 생각하게 할 수 있습니다. 결국 섭취되는 알코올의 총량이 중요하기 때문에 술이 는다고 해서 건강에 이로운 것은 아니겠습니다.
65세 이하 한국인의 일주일 적정 음주량은 표준잔 기준으로 남성은 8잔, 여성은 4잔 이하가 권고되고 있으며, 단위로 사용된 1잔은 알코올 14g에 해당하는 양으로 맥주 1캔(350~360㎖), 막걸리 1사발(300㎖), 20도 소주 1/4병(90㎖) 정도입니다. 이에 따르면 젊은 남성은 일주일에 소주 2병, 여성은 소주 1병 정도가 적당하다는 계산이 나오겠지요.
또한 만 65세 이하 성인 남성 기준 1회 최대 음주량이 3잔을 넘으면 폭음으로 볼 수 있으며, 이는 술자리에서 한 번에 소주 1병 수준 이상을 마시면 폭음이라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