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대학교병원
생명사랑 2021.가을
VOL.244
함께 걷는 삶

작은 실천이 큰 행복으로 돌아오는 ‘기부’

최진실 기자
우구석 비상계획관이 이정주 병원장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병원에는 의료진뿐만 아니라 병원을 원활히 운영하기 위해 다양한 직업군들이 모여 있다. 그중 조금 생소한 ‘비상계획관’ 업무를 맡고 있는 우구석 선생님을 만나 뵈어 따듯한 기부 실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모두가 어려운 시기에 기부는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 같습니다. 어떤 계기로 기부를 하게 되셨나요?

작년 11월, 온라인 중계를 통해 병원 개원 기념식 행사를 시청하고 있었습니다. 병원장님께서 병원을 위해 기부해 주신 분들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서, 많은 분들이 병원에 후원금을 기부하여 병원 발전에 기여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하시는 거예요. 이때가 제가 부산대학교병원에서 근무한 지 어언 5년이 다 되어갈 무렵이었습니다. 올해 12월 말이면 부산 생활을 정리하고 집으로 올라가야 하는데 ‘난 부산에 와서 무엇을 남기고 가나, 병원으로부터 많은 혜택을 받았는데 조금이나마 돌려줄 수 있으면서 내 이름을 남기는 것은 무엇이 있을까?’를 고민하던 시점이었어요. 근데 병원장님 말씀을 들으면서 ‘바로 이거다’하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마침 월 100만 원 정도는 여유를 가져도 되는 상황이어서 다음날 바로 공공사업팀으로 찾아가 기부 신청을 하게 되었습니다.

병원 직원이기 때문에 기부금이 필요한 곳이 어딘지 더욱 절실히 느끼고 계실 것 같습니다. 기부금이 어떻게 사용되길 바라시나요?

병원이란 곳이 참 다양한 구성으로 이루어진 집단이더라고요. 의료진과 이를 지원하는 인원, 그리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움직이면서 병원이 원활하게 돌아가도록 하는 인원 등이요. 이 많은 인원들이 움직이는 공간에 구성원들을 위한 복지 및 편의시설은 많이 부족한 것이 안타까웠습니다. 점심시간에 휴식 장소가 없어서 탈의실에 가서 쉬고있는 직원들이나 사무실에서 불편한 자세로 시간을 보내는 모습을 보니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병원 내에서 비상계획관을 담당하고 계신다고 들었습니다. 비상계획관은 어떤 업무를 진행하나요?

비상계획관은 ‘비상대비자원관리법’이라는 법률에 의해서 운용하도록 명시된 자리입니다. 통상, 국립대병원이나 사립대병원으로서 일정 규모 이상의 병원, 공기업, 방위사업체, 일반 기업으로서 전시에 전쟁을 지원하는 역량을 가진 업체들을 중점 업체로 분류하며, 이렇게 중점 업체로 선정된 기관에 비상계획관을 운용하고 있습니다. 비상계획관의 주 임무는 전시 대비 계획을 수립하고, 정부 주도 훈련에 참여하여 계획을 검증하고 발전시키는 것이며, 부가적으로는 민방위 업무와 재난관리 업무를 수행하고, 근무하는 기관에서 요구하는 업무를 추가적으로 수행합니다. 저는 주차와 보안 업무를 추가적으로 지원하고 있습니다.

군인 출신이라고 하셨는데, 어떤 계기로 병원에 근무하게 되셨나요?

앞에서 비상계획관에 대해 설명하였는데, 비상계획관 자격요건이 5년 이상, 대위 이상의 계급으로 군대 생활을 하여야 하며, 중점 업체 규모에 따라서 비상계획관 임용 계급이 나누어집니다. 부산대병원은 중령 이상이 임용자격이 되며 비상계획관 임용은 정부에서 선발시험을 통해 선발하여 배치하고 있습니다. 저는 2015년에 시험을 보고 합격하여 2016년 1월에 부산대학교병원에 임용되었습니다. 비상계획관은 공석이 적어서 전역을 앞둔 장교들에게는 고시와도 같은데 보통 1~3년간 공부하고 시험에 임합니다. 저도 31년간 군 생활을 마치면서 목표를 비상계획관 임용에 두고 열심히 공부해서 비상계획관이 된 거고요.

우구석 비상계획관님에게 기부란 어떤 의미인가요?

사실 살아오면서 기부해본 적은 몇 번 없어요. 교회나 직장에서 일괄적으로 공제해서 하는 기부 등이 있었지요. 따라서 기부란것에 대해 크게 생각해본 적 없이 살아왔다고 해야겠지요. 이번 기회로 병원에 기부를 하면서 내가 여유 없이 살아와서 스스로에게 각박했고 주변으로부터 많은 혜택을 받고 있었는데 ‘그것을 모르고 살았구나, 고마움을 돌려주지는 못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많은 것을 가지고 있지는 않았지만 이제는 조금씩이라도 갚아가면서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마지막으로 코로나19로 매일 힘겨운 사투를 벌이고 있는 부산대학교병원 직원분들과 병원보 구독자분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으신가요?

‘이 모든 것은 지나가리라’ 우리에게 많은 것들이 다가오고 지나갑니다.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코로나19도 지나갈 것입니다. 조금 길어질 뿐이니까 희망과 용기를 잃지 마시고 견디시길 바랍니다. 저는 이제 부산대병원에서 남은 4개월이 어쩌면 마지막 정상적인 직장 생활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36년을 넘게 직장 생활을하면서 언제 자유롭게 쉬면서 홀가분한 삶을 보낼 수 있을까 하고 그날을 손꼽아 기다려 왔는데 이제는 매일 누군가와 부딪치면서 웃고 즐기고 또는, 화내고 갈등하면서 보내는 것이 그리워질 거 같네요. 제 마지막 직장이 부산대학교병원이었다는 것에 긍지와 자부심을 느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