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람 불면 심해지는 비염, 코만의 문제일까요?
가을철 비염을 코와 폐의 관계로 바라보기
코는 단순히 냄새를 맡는 기관이 아니다. 들이마신 공기는 코를 지나며 이물질이 걸러지고 따뜻하고 촉촉하게 조절된 뒤 폐로 들어간다. 특히 혈관이 풍부한 하비갑개는 부풀었다가 줄어들며 공기의 온도와 습도를 조절한다. 『빈용 101 처방』에서는 찬 공기가 들어올 때 비갑개가 부풀어 오르는 현상을 외부의 찬 공기로부터 폐를 보호하기 위한 방어작용으로 설명한다. 즉, 코막힘은 외부 환경 변화에 대응해 호흡기를 보호하려는 우리 몸의 반응이다.
한의학에서는 찬바람을 쐰 뒤 나타나는 증상을 ‘풍한(風寒)’으로 설명하며, ‘폐는 코에 개규한다(肺開竅於鼻)’고 하여 코와 폐를 서로 연결된 하나의 호흡계로 보았다. ‘폐에 한기가 들었다’는 것은 호흡계가 외부의 찬 기운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는 상태를 뜻한다. 실제로 알레르기 검사에서 원인이 발견되지 않는 ‘비알레르기성 비염’은 찬 공기나 급격한 온·습도 변화에 반응한다. 한의학에서는 코 증상만 치료하기보다 코, 기도, 방어기능을 포괄하는 기능적 개념의 ‘폐’와 전신 상태를 함께 살펴본다.
현대 호흡생리학에서도 폐는 위아래가 완전히 동일하지 않다. 서 있을 때 중력 영향으로 폐 하부에는 상부보다 많은 혈액이 흐른다. 혈액은 체온을 전달하는 매개체이므로, 이러한 폐혈류의 상하 차이는 찬 공기와 호흡기의 관계를 생각할 때 흥미로운 생리학적 배경이 된다. 그만큼 찬 공기가 폐에 도달하기 전 코에서 공기를 따뜻하고 촉촉하게 만드는 과정이 중요하다.
한의학 본초에서도 이러한 생각을 찾아볼 수 있다. 세신은 풍한을 흩어 코를 통하게 하며, 계지와 방풍은 풍한을 풀어 준다. 신이와 창이자 역시 오래전부터 코막힘 치료에 활용되어 왔다. 즉, 한의학적 비염 치료는 코 증상만 가라앉히는 것이 아니라, 풍한을 흩어주고 폐 기능을 조절해 외부의 찬 기운에 대한 방어능력을 높이는 데 도움을 준다.
대표적 처방인 보중익기탕은 기운이 부족하고 쉽게 피로하며 환경 변화에 적응하기 어려운 환자에게 쓰인다. 흥미롭게도 보중익기탕에는 계절 변화에 따라 약재를 가감하는 춘·하·추·동의 가감법이 전해진다. 이 중 춘방이나 추방의 개념을 봄·가을의 반복되는 비염 치료에 응용할 수 있으며, 이는 증상뿐 아니라 계절, 기후, 전신 상태까지 고려했음을 보여준다.
알레르기 비염에서 원인 알레르겐을 피하는 치료도 중요하지만, 반복되는 비염 이라면 “왜 나는 찬바람만 불면 비염이 심해지는가?”라는 질문도 해 볼 필요가 있다. 특히 알레르기가 확인되지 않는 비알레르기성 비염이라면 더욱 그렇다. 코는 폐로 들어가는 문이다. 가을철에는 마스크 등으로 찬 공기가 직접 들어오는 것을 줄이고, 적절한 실내 온도와 습도를 유지하는 것이 좋다. 알레르기 관리와 더불어 찬 기운으로부터 코와 폐를 보호하는 것, 이것이 반복되는 가을철 비염을 바라보는 한의학의 또 하나의 중요한 시각이다.
- 진료과목
- 급·만성비염, 알레르기성 비염 및 부비동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