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대학교병원
생명사랑 2026. 가을호
VOL.264
의료특집⑥

찬바람 불면 심해지는 비염, 코만의 문제일까요?
가을철 비염을 코와 폐의 관계로 바라보기

권 강 부산대학교한방병원 한방내과 교수/글 안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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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되면 공기가 차가워지면서 재채기, 맑은 콧물, 코막힘을 호소하는 환자가 늘어난다. 흔히 알레르기 때문이라고 생각하지만 찬바람이나 급격한 기온 변화만으로 비염이 심해지는 환자도 적지 않다. 이를 이해하려면 코뿐만 아니라 코와 폐의 관계를 함께 살펴봐야 한다.
코는 폐를 지키는 첫 번째 관문

코는 단순히 냄새를 맡는 기관이 아니다. 들이마신 공기는 코를 지나며 이물질이 걸러지고 따뜻하고 촉촉하게 조절된 뒤 폐로 들어간다. 특히 혈관이 풍부한 하비갑개는 부풀었다가 줄어들며 공기의 온도와 습도를 조절한다. 『빈용 101 처방』에서는 찬 공기가 들어올 때 비갑개가 부풀어 오르는 현상을 외부의 찬 공기로부터 폐를 보호하기 위한 방어작용으로 설명한다. 즉, 코막힘은 외부 환경 변화에 대응해 호흡기를 보호하려는 우리 몸의 반응이다.

한의학에서 말하는 ‘풍한(風寒)’

한의학에서는 찬바람을 쐰 뒤 나타나는 증상을 ‘풍한(風寒)’으로 설명하며, ‘폐는 코에 개규한다(肺開竅於鼻)’고 하여 코와 폐를 서로 연결된 하나의 호흡계로 보았다. ‘폐에 한기가 들었다’는 것은 호흡계가 외부의 찬 기운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는 상태를 뜻한다. 실제로 알레르기 검사에서 원인이 발견되지 않는 ‘비알레르기성 비염’은 찬 공기나 급격한 온·습도 변화에 반응한다. 한의학에서는 코 증상만 치료하기보다 코, 기도, 방어기능을 포괄하는 기능적 개념의 ‘폐’와 전신 상태를 함께 살펴본다.

폐의 위와 아래도 조건이 다릅니다

현대 호흡생리학에서도 폐는 위아래가 완전히 동일하지 않다. 서 있을 때 중력 영향으로 폐 하부에는 상부보다 많은 혈액이 흐른다. 혈액은 체온을 전달하는 매개체이므로, 이러한 폐혈류의 상하 차이는 찬 공기와 호흡기의 관계를 생각할 때 흥미로운 생리학적 배경이 된다. 그만큼 찬 공기가 폐에 도달하기 전 코에서 공기를 따뜻하고 촉촉하게 만드는 과정이 중요하다.

한약에는 왜 ‘찬 기운을 흩어주는 약’이 있을까요?

한의학 본초에서도 이러한 생각을 찾아볼 수 있다. 세신은 풍한을 흩어 코를 통하게 하며, 계지와 방풍은 풍한을 풀어 준다. 신이와 창이자 역시 오래전부터 코막힘 치료에 활용되어 왔다. 즉, 한의학적 비염 치료는 코 증상만 가라앉히는 것이 아니라, 풍한을 흩어주고 폐 기능을 조절해 외부의 찬 기운에 대한 방어능력을 높이는 데 도움을 준다.

보중익기탕에도 계절을 생각하는 지혜가 있습니다

대표적 처방인 보중익기탕은 기운이 부족하고 쉽게 피로하며 환경 변화에 적응하기 어려운 환자에게 쓰인다. 흥미롭게도 보중익기탕에는 계절 변화에 따라 약재를 가감하는 춘·하·추·동의 가감법이 전해진다. 이 중 춘방이나 추방의 개념을 봄·가을의 반복되는 비염 치료에 응용할 수 있으며, 이는 증상뿐 아니라 계절, 기후, 전신 상태까지 고려했음을 보여준다.

알레르기도 중요하지만 ‘왜 찬 공기에 약한가’를 함께 보아야 합니다

알레르기 비염에서 원인 알레르겐을 피하는 치료도 중요하지만, 반복되는 비염 이라면 “왜 나는 찬바람만 불면 비염이 심해지는가?”라는 질문도 해 볼 필요가 있다. 특히 알레르기가 확인되지 않는 비알레르기성 비염이라면 더욱 그렇다. 코는 폐로 들어가는 문이다. 가을철에는 마스크 등으로 찬 공기가 직접 들어오는 것을 줄이고, 적절한 실내 온도와 습도를 유지하는 것이 좋다. 알레르기 관리와 더불어 찬 기운으로부터 코와 폐를 보호하는 것, 이것이 반복되는 가을철 비염을 바라보는 한의학의 또 하나의 중요한 시각이다.

자문교수
권 강 부산대학교한방병원 안이비인후피부과 교수
권  강 교수 사진
진료과목
급·만성비염, 알레르기성 비염 및 부비동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