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슐린 의존성 당뇨 환자의 새로운 희망, 췌장이식
신장과 췌장이식은 간이나 심장이식처럼 당장 생명이 위급한 환자를 대상으로 하지는 않는다. 신장은 투석으로, 췌장은 인슐린 자가주사로 혈당을 조절하며 생명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신장과 췌장이식은 만성 질환으로 황폐해진 삶의 질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수술이다. 더불어 장기 관찰 연구에 따르면 이식을 받은 환자들이 투석이나 인슐린 치료를 지속한 환자들보다 생존율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췌장이식의 역사는 결코 짧지 않다. 1966년 미국 미네소타 대학병원에서 처음 시행되어 이미 5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니고 있다. 외과의사들에게 췌장은 ‘잠자는 사자’로 통한다. 혈당을 조절하는 인슐린 호르몬뿐만 아니라, 인체 자체를 소화시킬 수 있는 강력한 소화효소를 분비하는 장기여서 수술 난도가 매우 높고 위험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학의 발전, 정교해진 감염 예방 전략, 그리고 향상된 면역억제제 덕분에 오늘날 췌장이식은 안전하고 확립된 치료법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당뇨로 인해 신장까지 손상되어 투석 중인 환자에게는 신장 단독 이식보다 신장과 췌장을 동시에 이식하는 것이 장기 생존율을 현저히 높인다. 주요 대상은 췌장에서 인슐린이 분비되지 않는 1형 당뇨 환자이지만, 인슐린 치료가 필요한 2형 당뇨 환자나 췌장 분비능력이 떨어지는 ‘1.5형’ 당뇨 환자도 포함된다. 우리나라 당뇨 환자 중에는 이러한 유형이 많아 대상자가 더욱 넓다. 신췌장 동시 이식은 평균 대기 기간이 4~5년에 달할 정도로 길기 때문에, 뇌사자 신장을 먼저 이식받은 후 추후 췌장을 이식하거나, 생체 신장 기증과 뇌사자 췌장 기증을 결합하는 등 환자 상황에 맞춘 다양한 수술 기법이 활용된다.
신장 기능이 상대적으로 온전한 인슐린 의존성 당뇨 환자도 췌장이식을 받으면 당뇨에서 해방될 수 있다. 다만 이식 후 평생 복용해야 하는 면역억제제 부작용 (감염 위험, 암 발생 가능성 등)을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는 동안 치명적인 상황에 이를 수 있는 ‘저혈당 무감지증’ 환자나 인슐린 투여에도 혈당 조절이 매우 불안정한 환자에게는 면역억제제의 위험을 무릅쓰고서라도 췌장이식이 꼭 필요하다.
2015년에 최병현 교수가 양산부산대학교병원에 온 이후 약 120건의 췌장이식이 시행되었다. 이식 후 1년 동안 이식장기가 제 기능을 하여 인슐린에서 해방된 환자들이 90% 이상이며, 10년 동안 당뇨에서 완치된 비율이 70%가 넘는다. 이는 수술 후 초기에 발생하는 혈전을 예방하는 새로운 수술법과 거부반응을 예측해 선제 치료하는 면역억제 프로토콜을 개발한 덕분이다. 그 결과 국내 전체 2위, 지방 병원 중 1위로 현재 가장 췌장이식을 활발히 하는 병원이 되었고, 전 세계적으로도 가장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췌장이식이 더욱 널리 알려져, 인슐린 의존성 당뇨로 고통받는 환자들에게 새로운 삶의 희망이 되기를 바란다.
- 진료과목
- 신장이식, 췌장이식, 1형당뇨, 췌장종양, 십이지장종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