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생제 내성, 원헬스로 바라보다사람, 동물, 환경을 연결해 생각하는 항생제 내성 대응
1928년 페니실린 발견 이후 항생제는 의학의 모습을 근본적으로 바꾸어 놓았다. 과거에는 폐렴이나 상처 감염과 같은 비교적 흔한 세균 감염에도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어야 했다. 그러나 항생제의 등장으로 수많은 세균 감염을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게 되었으며, 장기이식, 항암치료, 중환자 진료 및 각종 수술과 같은 현대 의료를 가능하게 하는 중요한 기반이 되었다.
그러나 항생제가 사용되기 시작한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항생제 내성균도 등장하기 시작했다. 새로운 항생제가 개발될 때마다 이에 대응하는 내성균의 출현이 반복되었고, 빠르게 확산되면서 항생제 내성은 이제 전 세계적인 공중보건 문제로 자리 잡았다. 최근의 여러 연구에서 항생제 내성과 관련한 질병 부담이 이미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고, 이러한 상황이 지속될 경우 그 부담은 인류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우리가 항생제 내성을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곳은 병원이다. 실제로 병원에서는 감염환자의 치료를 위해 다양한 항생제가 사용되며, 여러 항생제에 내성을 보이는 이른바 다제 내성균에 의한 감염도 드물지 않게 접하게 된다. 따라서 환자에게 필요한 항생제를 적절하게 선택하고, 올바른 용량과 기간으로 사용하는 것은 항생제 내성을 줄이기 위한 기본적이고 중요한 과정이다.
그러나 항생제 내성 문제를 의료 영역만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 전 세계적으로 사용되는 항생제의 상당한 부분은 소, 돼지, 닭과 같은 식용동물과 어류 양식 분야에서 사용되고 있으며, 그 사용량도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동물에게 사용되는 항생제는 사람에게 사용되는 항생제와 별개의 것이 아니며, 일부 축산용 항생제는 사람의 감염병 치료에 사용하는 항생제와 동일하거나 유사한 계열에 속하기 때문에 동물에서의 항생제 사용이 사람의 항생제 내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과거 유럽 축산업계에서 사용했던 Avoparcin이 유럽의 반코마이신 내성 장알균(VRE) 출현과 확산에 연관성이 있음이 잘 알려져 있으며, 가금류에서의 Fluoroquinolone 사용과 사람에서의 Fluoroquinolone 내성 Campylobacter 감염 증가 간 연관성도 대표적인 사례로 알려져 있다.
여기에 더해서 반드시 함께 생각해야 할 또 하나의 축이 환경이다. 사람이나 동물에게 투여된 항생제 가운데 일부는 체내에서 완전히 분해되지 않은 채 배출될 수 있다. 병원과 가정의 하수, 축산 분뇨, 농업 유출수, 양식장 배출수, 제약공장 폐수 등을 통해 항생제와 내성균, 항생제 내성 유전자가 토양과 물로 이동한다. 토양과 수계는 단순한 오염의 종착지가 아니라 항생제 내성균과 내성 유전자가 축적되고 다시 다른 생태계로 이동할 수 있는 하나의 저장소가 될 수 있다. 일부 항생제 내성균이나 내성 유전자는 에어로졸과 미세먼지를 통해 대기 중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제시되고 있다.
결국 항생제와 항생제 내성균은 사람, 동물, 환경 사이를 다양한 경로를 통해 이동한다. 병원과 가정에서 사용된 항생제는 하수를 통해 환경으로 배출될 수 있고, 축산 현장에서 사용된 항생제와 내성균은 분뇨, 토양, 물, 식품 등을 통해 다시 사람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즉 사람의 건강, 동물의 건강, 환경의 건강은 서로 분리되어 있지 않고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이러한 이유로 최근 항생제 내성에 대응하기 위한 핵심 개념으로 원헬스(One Health)가 강조되고 있다. 원헬스는 사람의 건강만을 따로 바라보지 않고 동물과 환경까지 하나로 연결된 생태계로 바라보자는 접근이다. 항생제 내성 문제 역시 의료기관의 노력만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의료와 수의학을 비롯해 축산, 농업, 환경 관리 및 정책 분야가 함께 참여하여 항생제의 사용과 내성균의 확산을 관리해야 한다.
결국 항생제 내성에 대한 대응은 어느 한 영역의 노력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사람, 동물, 환경 사이의 연결을 이해하고 각 영역에서 항생제 사용과 내성 확산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함께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원헬스 관점의 접근은 항생제의 효과를 미래에도 지켜가기 위한 가장 중요한 출발점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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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균, 바이러스, 진균감염, 여행의학, 불명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