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대학교병원
생명사랑 2026. 봄호
VOL.262
의료특집③

주사형 비만치료제,
무엇을 알고 선택해야 할까?

탁영진 부산대학교병원 가정의학과 교수/글 조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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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외래에서 위고비와 마운자로에 대한 문의가 부쩍 늘었다. 설 명절 이후 급격히 늘어난 체중 때문에 다이어트 상담을 받으러 오는 분들이 많아지는 시기이기도 하고, SNS와 언론에서 '기적의 다이어트 주사'처럼 소개되면서 기대치도 높아진 분위기다. 외래에서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은 이것이다. "선생님, 위고비 맞으면 정말 10kg 그냥 빠지나요?" 결론부터 말하면, 그냥 빠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제대로 사용하면 잘 빠진다.
위고비 : 근거가 탄탄한 GLP-1 치료제

위고비는 GLP-1 수용체 작용제로, 뇌의 식욕 중추에 작용해 배고픔을 줄이고 위장운동을 저하시켜 소화를 지연시키기 때문에 포만감을 빨리, 그리고 오래 유지하도록 돕는다. 쉽게 말해 ‘적게 먹어도 배가 금방 불러 덜 먹게 해주는 약’이다. 임상 연구에서는 약 68주 치료 지속 시 평균 15% 내외의 체중 감량이 보고되었다. 체중 100kg인 환자라면 1년 4개월 맞고 15kg 감량이 가능한 수치다. 혈압, 혈당, 지질 개선 효과도 동반되며, 심혈관 질환 고위험군에서 사건 감소 데이터도 확보되어 있어 근거가 비교적 탄탄하다. 당뇨 치료제로도 널리 사용되어 의료진 입장에서는 익숙하고 예측 가능한 약제라는 점도 장점이다.

마운자로 : 더 강력한 체중 감소 효과

마운자로는 한 단계 더 진화하여 GLP-1뿐 아니라 GIP 수용체까지 동시에 자극하는 이중 작용 약제다. 위고비의 주된 부작용인 소화불량, 구역 등이 덜하여 환자가 조금 편하게 느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체중 감소 효과가 위고비보다 더 크게 나타나는 것으로 보고되는데, 72주 치료 시 평균 20% 내외의 체중 감량을 기대할 수 있다. 다만, 상대적으로 최근에 도입된 약이기 때문에 장기 심혈관 아웃컴 데이터는 아직 축적 중이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공통 부작용

두 약 모두 가장 흔한 부작용은 오심, 구토, 더부룩함 같은 위장관 증상이다. 특히 초기에 용량을 올릴 때 힘들어하는 경우가 많다. 해결 방법은 점진적으로 증량하고 식사량을 자연스럽게 줄이는 것이다.

어떤 환자에게 적합할까?

BMI 35 이상의 고도비만 혹은 BMI 30 이상이면서 당뇨,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등 대사질환을 동반한 환자라면 적극적인 약물치료를 고려할 수 있다. BMI가 낮은 환자의 경우는 체중 감량의 효과가 덜할 수 있다. 심혈관 위험이 높고 장기 안전성 근거를 중요하게 본다면 위고비가 적합할 수 있고, 기존 GLP-1 치료 반응이 부족했거나 더 큰 감량이 필요한 경우에는 마운자로가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현실적인 문제 : 비용

두 약 모두 좋은 약이지만 문제는 비급여이고, 고가이다. 위고비, 마운자로 둘 다 4주 기준 저용량 30만원, 고용량은 40~50만 원대다. 임상연구에서의 15~20% 체중 감량은 약 1년 4~5개월을 꾸준히 치료했을 때의 결과다. 약값만 수천만 원의 비용이 든다. 그래서 임상의사로서 선뜻 권하기는 쉽지 않다. 내가 먼저 환자에게 “위고비 맞으세요”라고 말한 적이 거의 없다. 대부분은 환자가 위고비를 먼저 알고 와서 처방을 해달라는 경우가 많다. BMI 35 이상인 고도비만이 아니라면 오히려 이렇게 묻는다. “한 달에 30~40만 원어치 덜 드시는 건 어려우신가요?”

약은 '마법'이 아니라 '도구'다

비만은 고혈압, 당뇨병과 같은 만성질환이다. 혈압약, 당뇨약을 끊으면 혈압, 혈당이 오르듯이 비만약을 중단하면 다시 체중이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약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약을 사용할 때처럼 적게 먹지 않으면 그전처럼 다시 체중이 늘어나는 것이다. 이 약들은 살이 저절로 빠지는 마법 주사가 아니라 적게 먹을 수 있게 도와주는 도구이다. 스스로 식사량을 줄일 수 있다면 이 약들은 필요 없다. 하지만 식욕 조절이 어렵고 반복적으로 실패를 경험했다면, 약물은 충분히 고려할 수 있는 치료 옵션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어떤 주사를 선택하느냐가 아니라, 생활습관을 얼마나 함께 바꿀 수 있느냐다.

자문교수
탁영진 부산대학교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탁영진 교수 사진
진료과목
가정의학, 비만, 영양, 대사, 외국인 진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