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대학교병원
생명사랑 2026. 봄호
VOL.262
CULTURE&LIFE

시간의 정취를 따라 걷는 길
: 부산대학교 박물관

글 임시연 기자

매서운 겨울의 기세가 꺾인 듯 온기가 감도는 대학 교정을 따라 걷다 보니, 그 길 끝에서 이국적이고 고풍스러운 석조 외관의 박물관을 마주했다.
1956년 처음 준공된 박물관은 과거 국립중앙박물관의 피난 문화유산 일부를 수탁·보관했던 역사를 간직한 상징적인 수장고이기도 하다. 최근 1년간의 보수 기간을 거쳐 2024년, 세월의 깊이를 더한 모습으로 다시 문을 열었다.
유형문화유산인 석탑과 비석이 자리한 넓은 잔디밭 옆을 지나 건물에 다가설수록, 석조 건물 특유의 고전적인 아름다움이 선명하게 다가온다.

부산대학교 박물관은 영남 지역을 중심으로 직접 발굴한 선사, 삼한, 삼국시대 유적과 유물을 중점적으로 연구하고 전시한다.
박물관은 총 2층 규모로, 1층은 기획전시관, 2층은 상설 전시관으로 운영 중이다.
상설 전시와 더불어 비정기적인 특별 전시를 통해 다채로운 관람의 기회를 제공한다. 방문 당시에는 별도의 특별 전시 일정이 없어 상설전시관을 중심으로 관람했다.

가야사를 중심으로 한 삼국시대의 유물을 전시한 상설 2실에 들어서면 유물을 ‘진단’하는 ‘CT(컴퓨터 단층 촬영)’ 이미지가 시선을 끈다. 맨눈으로는 형체를 알 수 없을 만큼 부식된 철제 칼(상감대도)을 현대 의학 장비인 CT로 촬영하여 가야 지역 상감유물의 제작 기법을 규명했다. 현대의 의학적 진단 방식과 데이터를 고고학 영역에 활용했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전시실 중앙에는 관람객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실제 인골이 자리한다.
사천 늑도 유적에서 출토된 미성년 인골은 거의 유실 없는 온전한 형태로 보존되어 있다.
출토된 인골 중 79%가 미성년이라는 통계로 미루어 보아 삼한 시대의 척박한 생존 환경과 의학 기술이 부재했던 상황을 짐작할 수 있다.

가야인의 두개골 전시에서는 독특한 고대인의 신체 풍습을 볼 수 있었다. 그 당시 널리 유행했던 편두(褊頭)와 의도적으로 치아를 뽑은 발치(拔齒), 치아를 갈아낸 성형 흔적 등이다. 현대의 미용 성형, 교정만큼이나 강렬했던 고대인의 신체 변형은 그 시대의 문화와 정체성을 드러내는 방식이었을 것이다.
전시는 화려한 금동관과 현대의 눈으로 봐도 섬세하고 아름다운 장신구, 이형토기들로 이어지며 가야인의 세련된 예술세계를 감상할 수 있다.
특히 가야인들이 가장 선호했다는 옥(玉)으로 만든 장신구는 그 빛이 바래지 않고 여전히 영롱하다.

반복되는 업무 속에서 필요한 정보만을 빠르게 얻어내야 하는 지금의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눈의 감상으로 찬찬히 담아내는 일상의 여유가 아닐까. 장전동 일대의 맛집 탐방과 넓은 캠퍼스 산책을 곁들여 부산대학교 박물관을 방문해 보길 권한다. 고요한 전시실에서 마주하는 감상의 여유와 사색의 시간 속에서, 일상의 온전한 쉼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