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대학교병원
생명사랑 2026. 봄호
VOL.262
함께 걷는 삶

하모니카
희망의 메시지를

하모니카 연주지도봉사
김병섭, 이대웅

글 이기환 기자
하모니카는 단순한 재활치료가 아닙니다.
세상과 소통을 이끄는 변화의 시작입니다

‘듀센 근이영양증’으로 대표되는 근육병은 근력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진행성 질환이다. 이는 환자의 심폐기능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에 꾸준한 재활치료가 필수다. 이에 재활의학과 신용범 교수를 주축으로 하모니카 연주수업을 기획하게 되는데 여기서부터 두 봉사자의 이야기는 시작된다. 김병섭 봉사자는 2015년, 이대웅 봉사자는 2017년부터 지금까지 팀을 이루어 환우들의 하모니카 연주를 돕고 있다.

즐기는 모습에 가능성을 보다

김 봉사자는 “첫 수업 때 생각보다 환우의 수가 많아 놀랐다”고 회상했다. 이전에도 하모니카 연주지도를 한 경험은 있었지만, 다수의 환우들을 상대로 어떻게 수업을 진행할 것인가에 대한 어려움이 있었다고 한다. 이 봉사자도 “환우 개개인의 근감소 진행이 다르기에 하모니카 연주가 가능할 수 있도록 맞춤식 거치가 필요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그들은 희망을 봤다. “의외로 환우들이 수업을 재밌게 즐겼다”며 “하모니카를 통해 용기와 자신감을 얻는 것 같아 가능성이 느껴졌다”면서 환우들의 적극적인 참여에 긍정적인 에너지를 얻었다고 한다.

이후 환우의 팔 근육의 사용 정도에 따라 맞춤식으로 하모니카 홀더를 사용하는 등 개선책을 찾아나갔고 연말에 개최하는 하모니카 콘서트는 병원의 주요 행사로 거듭나기에 이르렀다.

하모니카가 주는 작지만 큰 변화

그들에게 하모니카는 어떤 의미를 가지냐고 질문했다. “하모니카는 무력해진 환우들의 일상을 깨우는 작은 변화라고 생각한다”며 “외부 활동이 어려운 이들에게 연주를 성공적으로 마쳤을 때의 성취감이 일상생활에 목표의식을 갖게 해준다”는 것이 두 봉사자의 생각이다.

분명 근육병 환우가 하모니카를 연주하는 것은 일반인에 비해 곱절 이상의 인내와 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약한 호흡으로라도 한 곡을 완주해 내려는 의지가 환우 자신뿐만 아니라 가족들에게까지 앞으로의 삶에 큰 원동력으로 작용한다고 이들은 믿는다.

“연주 과정이 어렵거나 이에 대한 기대효과를 신뢰하지 못해 포기하는 환우도 분명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이 하모니카로 일상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이야기할 때 큰 보람을 느낍니다.” 지난 11년간 보여준 환우들의 긍정적인 의지가 지금까지 연주지도봉사를 이어나가게 하는 가장 큰 원동력으로 선순환하고 있는 것이다.

지역사회의 끊임없는 지지

그동안 많은 이들의 소중한 숨소리로 내뱉은 희망의 언어에 지역사회는 점점 더 많은 지지와 응원으로 화답했다. 각 언론단체의 취재는 물론이고 후원을 통해 하모니카 소리가 계속해서 울려 퍼질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지난 2월 23일, ㈜에스제이메디슨 이송자 대표가 근육병 환우의 하모니카 연주를 위해 5,500만 원을 발전위원회에 기부하는 등 지역사회의 끊임없는 지지는 현재진행형이다.

이와 같은 큰 성원에 두 봉사자는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보이지 않는 곳에서 도움을 주시는 모든 분들에게 감사하다”며 “하모니카 연주지도봉사를 계속해서 진행할 수 있음에 기쁘다”고 밝혔다. 또한 “연말마다 최선을 다해 감동의 연주를 선사한 모든 근육병 환우들에게 진심으로 고마움을 전한다”며 “앞으로 하모니카뿐만 아니라 더 다양한 형태의 연주를 통해 장애에 대한 편견이 극복되길 희망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들이 지금까지 보여준 희망의 메시지 안에 숨겨진 인내와 노력이야말로 많은 사람들을 감동시키는 이유일 것이다. 그렇지만 두 봉사자와 환우들은 그 감동을 뒤로 하고 매주 토요일,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올해로 12회를 맞는 하모니카 콘서트를 위해서다. 이미 앞선 콘서트들의 경험으로 무장한 베테랑이지만 그들의 마음가짐은 늘 처음처럼 새롭지만 단단하다. 그들이 다시 한번 그려낼 희망의 울림에 귀 기울여 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