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대학교병원
생명사랑 2026. 신년호
VOL.261
의료특집⑤

불안감과 우울

정지운 양산부산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글 허재영 기자
  • 부산의료특집①
  • 부산의료특집②
  • 부산의료특집③
  • 양산의료특집④
  • 양산의료특집⑤
  • 한방의료특집⑥
  • 치과의료특집⑦
불안 장애와 우울 장애의 높은 유병률과 낮은 접근성

희망찬 새해에도, 불안과 우울이라는 정신 건강 문제는 우리 사회 주요 보건 의제로 남아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성인 4분의 1 이상(27.8%)이 불안 및 우울 장애를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를 보면 2021년 기준 우울증 환자는 93만여 명, 불안 장애 환자는 86만여 명에 달하며, 20대 환자의 증가율(우울증 127.1%, 불안 장애 86.8%)이 전 연령대 중 가장 높아 젊은 세대의 정신 건강 문제가 시급한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문제는 높은 유병률에도 불구하고, 정신과 진료에 문화적 장벽과 사회적 낙인이 강하게 존재한다는 점이다. 실제 국가별 정신건강 서비스 이용률을 보면, 우리나라는 약 12.1%로, 캐나다(약 46.5%), 미국(약 43.1%), 호주(약 34.9%) 등 주요 국가들에 비해 현저히 낮다. 이 때문에 치료 시기를 놓치고 증상을 키우는 ‘미치료 기간’을 길게 만든다. 결국 이와 같은 낮은 접근성은 질병의 만성화와 심각한 합병증으로 이어져 사회적 비용을 가중시키는 악순환의 고리가 되고 있다.

불안 및 우울 장애의 신경생물학적 이해

불안과 우울은 기능의 불균형에서 기인하는 신경정신질환이다. 세로토닌, 노르에피네프린, 도파민 등 주요 모노아민 계열 신경전달물질 시스템의 기능 저하가 우울증의 핵심 병태 생리다. 특히 스트레스와 관련된 글루타메이트 시스템 조절 이상 또한 중요한 기전으로 연구되고 있다. 불안은 편도체의 과활성화와 위험 평가를 담당하는 전전두엽 피질과의 연결성 약화에서 기인한다. 우울증에서는 감정과 기억을 관장하는 해마의 위축, 만성적인 스트레스 반응 축인 HPA축의 기능 이상 등이 관찰된다.

치료의 중요성: 치료받은 삶 vs 치료받지 않은 삶

정신과적 치료는 증상의 일시적인 완화를 넘어, 뇌 기능의 정상화를 통해 질병의 재발과 만성화를 방지하는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치료를 받지 않을 경우, 우울증은 1회 삽화 후 50% 이상, 2회 삽화 후 70% 이상, 3회 삽화 후 90%의 매우 높은 재발 위험을 가지며, 증상이 만성화되어 미치료 기간이 길어지고, 무기력, 집중력 저하 등이 심화되어 사회적 및 직업적 기능 상실이 발생하며, 알코올 중독 등 다른 정신과적 문제(공존 질환)가 발생하거나 더 심각하게는 자살로 연결된다.

이에 반해 적극적인 치료를 받았을 경우에는 예후가 완전히 달라진다. 치료가 빠를수록 치료 반응률과 관해율이 높아지며, 증상 강도, 기간이 단축된다. 예를 들어, 항우울제와 같은 표준 치료를 꾸준히 지속할 경우 약제를 중단한 그룹 대비 우울증 재발 위험을 최대 51%까지 감소시키는 임상 연구 결과가 있다. 나아가 치료는 사회적 역할과 삶의 질을 회복시키고, 정상적인 학업 및 직장 생활을 가능하게 한다. 궁극적으로 적극적인 약물 및 비약물 치료는 자살 사고와 행동을 현저히 낮추는 효과를 가져온다. 따라서 마음의 불편함이 느껴질 때 주저하거나 숨기지 말고, 정신과 전문의의 도움을 받는 것이 뇌의 비정상적인 신경 회로를 재조정하고 건강한 정서적 안정 상태를 회복하는 데 필수적인 선택이다.

경고 신호: 언제 전문의를 찾아야 하는가?

불안과 우울의 증상은 일시적일 수 있지만, 다음의 ‘위험 신호’가 관찰될 경우, 지체 없이 전문의와 상담해야 한다.

지속적인 증상

우울한 기분, 흥미 상실이 2주 이상 거의 매일, 하루 대부분 지속될 때

기능 저하

학업, 업무, 대인관계 등 일상생활의 중요한 영역에서 명확한 지장이 발생했을 때

심각한 신체 증상

갑자기 심장이 뛰고, 숨이 막히며, 죽을 것 같은 극도의 불안을 경험했을 때

자살 및 자해 사고

자살이나 자해에 대한 생각이 들거나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는 경우

결론: 마음 건강을 위한 능동적 자세와 전문가의 도움

불안과 우울은 결코 개인의 나약함이 아니며, 전문적인 진단과 관리가 필요한 질병이다. 정신건강의학과에서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한 약물 요법과 인지행동치료를 포함한 다양한 심리치료를 통하여, 마음 건강을 능동적으로 관리하고 활기찬 삶을 되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

자문교수
정지운 양산부산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정지운 교수 사진
진료과목
조현병, 우울, 불안, 조울증, 성인 ADHD, 발달장애(성인), 행위중독(게임, 스마트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