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대학교병원
생명사랑 2026. 신년호
VOL.261
CULTURE&LIFE

부산시민이 함께 도모하는 열린 공간,
옛 부산시장 관사 ‘도모헌’

글 김나영 기자

겨울이 올세라 의연하게 단풍이 내려앉은 차분한 아침, 부산 시민들의 품으로 돌아온 지 어느덧 1년을 넘긴 옛 부산시장 관사 ‘도모헌’을 찾았다.

정문에서 도모헌으로 올라가는 길부터 관람은 시작된다. 정문을 지나면 양쪽으로 잘 정돈된 수목이 늘어선 길이 시작된다. 이 길도 시민들이 짧게나마 예쁜 자연과 산책길을 여유롭게 즐기며 올 수 있게 만들었다고 한다. 5분 정도 오르는 짧은 산책 동안 풀과 나무의 싱그러움을 느끼다 보면 어느새 도모헌의 본관에 도착하게 된다. 넓게 펼쳐진 잔디밭 광장과 풍경을 향해 시원하게 열린 건물 입구는 공간 자체가 숨을 쉬는 듯한 시원한 개방감을 자아낸다.

도모헌은 1984년 처음 건축되어 당시 대통령의 지방 숙소로 사용됐고 이후에는 12명의 부산시장이 지낸 부산시장 관사로 사용되었다. 건물이 지어졌을 당시에는 주변에 높은 건물이 없어 광안리가 보이는 지방 청와대로 불리기도 했다. 실제로 도모헌의 2층 창을 통해 바라보면 남천동 일대와 광안리 앞바다 그리고 광안대교, 마린시티까지 한눈에 볼 수 있다. 대통령의 지방 숙소와 시장 관사로 사용된 뒤 잠시 일부 개방되었으나 대부분의 기간 시민들에게는 굳게 닫힌 철문만 기억되던 곳이 었다. 그리고 1년간의 공사 끝에 2024년 9월 24일, 도모헌이 40여 년 만에 시민들에게 전면 개방되어 복합문화공간으로 돌아 왔다. 「도모헌」은 ‘무엇이든 자유롭게 도모하는 공간’이라는 뜻으로 [도모하는 + 집(집:헌)]의 의미가 담긴 시민들의 공모 결과로 붙여진 이름이다.

도모헌을 처음 둘러보면 ‘소소풍’이라는 글자가 눈에 들어온다. 누구나 햇빛을 느끼며 전시를 관람하고 책을 읽으며 머물 수 있는 1층 라운지인 「소소풍라운지」, 그리고 소풍하듯 거닐 수 있는 아늑한 앞뜰 「소소풍 정원」. ‘소소(素素)’는 ‘꾸밈없고 담백한 모습, 있는 그대로의 결’이라는 뜻으로, ‘소소풍’은 ‘소소 하게 즐기는 작은 소풍’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2층으로 올라 가면 각종 전시 혹은 행사가 가능한 다목적공간 「번루」, 시장 침실에서 회의실로 변경되어 창밖 풍경이 멋진 콘퍼런스룸 「취람」, 시장의 서재에서 미팅과 독서공간으로 변신한 미팅룸 「두록」이 있다. 그리고 1층·2층을 아울러 기존에 없던 공간을 증축한 계단식 강연장 「다할」이 펼쳐진다. 모든 공간은 시민들이 운영시간 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도모헌은 열린공간의 의미를 담아 사방에서 드나들 수 있는 입구가 있다. 다할 옆 테라스에서 계단을 따라 후문으로 나오면 도모헌을 한 바퀴 돌아볼 수 있는 산책로가 펼쳐진다. 잔디밭에 심겨져 있던, 보안상의 이유로 건물을 에워싸던 수목들을 옮겨 심어 정원을 만들어 놓았다. 도모헌을 감싸듯 이어진 황령산 자락 풍경은 마치 궁궐의 후원을 걷는 듯했다. 산책 길목 곳곳에는 쉴 수 있는 벤치가 있어 시민들이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도모헌을 돌아보는 동안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덜어낼지, 어떠한 것들로 채울지 오랫동안 고민한 흔적이 곳곳에서 느껴졌다. 역사적인 형태를 보존하면서도 시대적 변화의 흐름을 반영하여 시민들이 편하게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재구성하려 한 의도가 발걸음마다 고스란히 전해졌다. 입구에 자리하던 한때 권위를 상징하던 깊고 큰 의전용 처마를 과감히 없앤 것도 시민에게 열린공간으로 변화하고자 하는 의지를 담아낸 것이다. 과거의 권위적인 분위기의 공간들을 걷어내고 닫힌 공간들을 열어, 어느 공간에 있어도 개방감이 흐르는 곳, 도모헌. 부산시민으로서, 앞으로 도모하게 될 미래가 기대되는 공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