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대학교병원
생명사랑 2026. 여름호
VOL.263
의료특집③

HPV, 암을 일으키는 바이러스일까?

정 결 부산대학교병원 산부인과 교수/글 조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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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PV는 전 세계적으로 흔하게 발견되는 바이러스이지만, 일부 고위험군 감염이 지속될 경우 자궁경부암을 비롯한 여러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어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는 감염이다. 특별한 증상 없이 진행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정기적인 검진과 고위험 HPV 검사를 통해 조기에 확인하고, 백신 접종과 꾸준한 관리로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
전 세계 인구 11%의 흔한 감염, 결코 남 이야기가 아니다

인유두종바이러스(Human Papillomavirus, HPV)는 전 세계 유병률이 약 11%에 달할 정도로 우리 주변에 아주 흔한 바이러스다. 현재까지 확인된 종류만 100여 종이 넘는다. 다행히 대부분은 증상 없이 자연적으로 소멸하지만, 특정 ‘고위험군’ 바이러스에 지속해서 노출될 경우에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자궁경부암, 질암, 외음부암 등 치명적인 질환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자궁경부의 HPV 감염은 자궁경부암 발생 위험을 10배 이상 증가시키며, 전암 병변인 자궁경부 상피내종양 환자의 90%도 이 HPV 감염이 원인이다. 고위험의 대표적 아형인 16번과 18번을 비롯해 31, 33, 35, 39, 45, 51, 52, 56, 58, 59, 66, 68번이 여기에 속한다. 가장 흔히 성관계를 통해 전파되지만, 다른 유형의 성적 접촉이나 피부 접촉으로도 전파될 수 있어 누구나 감염될 수 있다.

아무런 신호도 없는 '침묵의 바이러스'

HPV 감염의 가장 얄미운 점은 특별한 통증이나 눈에 보이는 가시적인 증상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그나마 생식기 주변에 사마귀를 만드는 ‘저위험군’은 눈에 띄니 치료가 빠르지만, 암을 유발하는 ‘고위험군’은 엉큼하다. 세포의 변형이 상당히 진행되어 전암 단계나 초기 암에 이를 때까지 아무런 신호를 보내지 않는다. 비정상적인 출혈이나 분비물 증가 등의 증상이 나타났을 때는 이미 질환이 꽤 진행된 상태일 수 있다. 증상이 없더라도 정기적인 확인이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다.

단독 세포검사의 한계를 보완하는 듀얼 체크

자궁경부 세포검사와 유사하게 브러시를 이용해 자궁경부 검체를 채취한 뒤, 유전자검사를 통해 고위험 HPV 감염 여부를 확인한다. 최근 여러 국가와 기관에서는 세포검사 단독 시행의 한계를 보완하고자 고위험 HPV 유전자 검사를 함께 일차적인 선별검사 방법으로 채택하고 있다. 2025년 부인종양학회 권고안에 따르면, 자궁경부암 조기 진단을 위한 고위험 HPV 검사는 25세 이상 성인 여성을 대상으로하며, 검사 간격은 3년 이상 5년 미만으로 권고하고 있다.

바이러스 치료제는 없지만, 확실한 '방패'가 있다

아직은 체내의 HPV 바이러스 자체를 완벽히 멸균시키는 ‘치료제’는 없다. 하지만 발생한 병변을 적기에 치료하고 관리함으로써 암으로의 진행을 충분히 막을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감염되기 전에 예방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만 12세 여성 청소년에게 국가예방접종 지원사업을 통해 백신 비용을 전액 지원한다. 2가, 4가, 9가 예방백신의 접종 대상은 9~45세 여성, 9~25세 남성에게 권고하고 있다

이미 감염되었거나 예전에 맞았는데, 또 맞아야 할까?

환자에게서 정말 많이 듣는 질문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접종을 권고한다. 이미 HPV에 감염된 여성이라도 백신을 맞으면 아직 감염되지 않은 다른 아형에 대한 예방효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과거에 2가나 4가 백신 접종을 완료했더라도, 예방 범위가 훨씬 넓어진 9가 예방백신으로 추가 접종하는 것을 권장한다. 결국 정기적인 검진과 백신 접종, 그리고 건강한 생활 습관이 함께한다면 HPV는 충분히 극복하고 건강한 삶을 유지할 수 있다. 굳이 혼자 불안해 하지 말고, 정기 검진을 통해 소중한 건강을 지키기를 권한다.

자문교수
정 결 부산대학교병원 산부인과 교수
정 결 교수 사진
진료과목
일반 부인과, 부인암, 자궁 관련 암, 난소암, 복막암, 질암, 외음부암, 융모상피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