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대학교병원
생명사랑 2026. 여름호
VOL.263
메디컬 인 스토리

수많은 모리와 함께하는 화요일

영화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 Tuesdays with Morrie」

글 신용범 부산대학교병원 재활의학과 교수

우연히 시작하게 된 루게릭 환자 진료. 어느덧 20여 년의 세월이 흘러갔고, 지금도 수많은 모리를 진료실에서, 병실에서 그리고 가정간호를 통해 만나고 있다.

루게릭병은 저승사자처럼 갑자기 삶을 거두지는 않지만, 아주 친밀한 모습으로 다가와서 마치 양초를 녹이듯이 성인을 아이처럼 만들어 간다. 걷지 못하게 되고, 말을 할 수 없게 되고, 음식을 먹지 못하게 되고, 기저귀를 사용하고 결국 스스로 숨을 쉴 수 없게 되는, 인생을 거꾸로 돌려가는 듯한 그런 느낌을 주는 병이다.

1997년 책으로 출간되고 1999년에는 영화로 제작된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은 1979년 미국 매사추세츠 주 월섬의 Braindeis 대학을 졸업한 미치 앨봄이 자신의 스승인 모리슈워츠 교수가 죽기 전 함께한 열네 번의 화요일을 기록한 논고(Thesis)이다.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스포츠 칼럼니스트인 미치 앨봄이 우연히 TV에서 루게릭병으로 투병 중인 모리 교수를 보게 되고, 고민 끝에 모리 교수의 집을 방문하는 것을 계기로 그들의 수업은 시작된다.

대부분의 루게릭 환자들이 그러하듯이, 모리 교수도 걷다가 넘어지고 운전을 할 수 없게 되는 과정을 거치면서 날벼락 같은 진단을 받게 되었다. 자신과 달리 세상은 너무도 평온하게 잘 흘러가는 모습에 세상과의 괴리를 느끼면서 병마와 사투를 벌이는 과정이 영상과 책에 잘 담겨 있다.

모리 교수는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거나 괴로워하기보다는 오히려 투병 기간 동안 많은 사람들과 만나고 방송에 출연하면서, 삶의 의미에 대하여 이야기한다. “어떻게 죽어야 할지를 알면, 어떻게 살아야 할지도 알 수 있다”라는 말로 죽음을 맞이하는 의미를 전하기 위하여 마지막까지 침상에서 제자를 위한 강의를 한다.

1990년대 중반, 의료적 도움이 지금보다 미약했던 시절이라 그런지, 모리 교수는 영양공급을 위한 위루관도, 인공호흡을 위한 기관절개도 하지 않고, 마스크 인공호흡기도 사용하지 않은 채 그야말로 루게릭병의 자연경과를 받아들이면서 서서히 호흡을 잃어 갔다.

현재의 의료가 과연 루게릭 환자들에게 삶을 선물하고 있을까? 오히려 겸허히 죽음을 맞이할 수 있는 기회를 빼앗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고민을 모리 교수는 나에게 준다.

나는 지금도 수많은 모리와 화요일을 함께 보내고 있다. 누가 도움을 주고, 누가 도움을 받고 있는 것인지 돌아보며 더 많은 공감과 이해가 필요함을 깨닫는다. 너무도 부족한 나 자신을 돌아볼 기회를 주는 모리 교수께 항상 마음 깊이 감사드리며, 늘 곁에 두고 바라보며 화요일 진료를 시작한다.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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