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대학교병원
생명사랑 2026. 여름호
VOL.263
CULTURE&LIFE

일상에 작은 쉼표를 더하는 공간
부산현대미술관

글 송주연 기자

낙동강을 따라 부산에는 5개의 생태공원이 있다. 화명, 대저, 삼락, 맥도, 을숙도 생태공원은 수많은 식물과 동물이 자라는 곳이다. 을숙도 생태공원은 낙동강 하구 끝에 있으며, 강과 바다가 맞닿아 있는 바로 이곳에 부산현대미술관이 위치하고 있다.

부산현대미술관은 방문할 때마다 새로운 분야의 전시를 만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특정 장르에 국한되지 않고 환경, 자연, 기술, 삶 등 다양한 주제를 현대적인 시각으로 풀어내는 전시들이 꾸준히 소개되고 있다. 넓고 쾌적한 전시관은 물론, 주변 산책로 와 휴식 공간이 잘 조성되어 있어 현대미술 작품과 자연 풍경을 함께 즐길 수 있는 문화 공간이다. 눈으로 감상하고, 머리로 생각하며,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공간 속에서 천천히 걷다 보면 잠시 일상을 벗어나 자신만의 속도로 휴식을 즐길 수 있다.

가야사를 중심으로 한 삼국시대의 유물을 전시한 상설 2실에 들어서면 유물을 ‘진단’하는 ‘CT(컴퓨터 단층 촬영)’ 이미지가 시선을 끈다. 맨눈으로는 형체를 알 수 없을 만큼 부식된 철제 칼(상감대도)을 현대 의학 장비인 CT로 촬영하여 가야 지역 상감유물의 제작 기법을 규명했다. 현대의 의학적 진단 방식과 데이터를 고고학 영역에 활용했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전시실 중앙에는 관람객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실제 인골이 자리한다.
사천 늑도 유적에서 출토된 미성년 인골은 거의 유실 없는 온전한 형태로 보존되어 있다.
출토된 인골 중 79%가 미성년이라는 통계로 미루어 보아 삼한 시대의 척박한 생존 환경과 의학 기술이 부재했던 상황을 짐작할 수 있다.

현대적인 건축과 자연이 조화를 이루는 공간인 수직정원은 정원예술의 하나이다. 작가이자 식물학자인 패트릭 블랑은 부산의 식물 생태계를 직접 조사하고 연구하여 을숙도에서 자라는 식물을 벽에 심어 설치하였다. 미술관은 수직정원 덕분에 여름철 냉방 없이도 실내공기가 10도 정도 낮은 친환경 건물이자 도심 속에서 자연의 생명력을 전하는 공간이 된다. 전시 관람 전이나 후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자연과 건축물의 조화를 바라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차분해지는 느낌이다.

질문을 하면 정답을 1~2초 안에 확인할 수 있는 세상, 매일이 사건 사고인 우리 삶에서 아무도 모르게 조금씩 자라고 있는 식물처럼 몸도 마음도 천천히 키워 나갈 수 있는 여유를 느껴 보는 시간을 가져 보는 것은 어떨까! 조용한 공간 속에서 작품과 자연을 함께 마주하는 시간 자체만으로도 일상에서 작은 쉼표를 더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