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속 예술, 시민과 함께 만드는
문화의 힘
부산문화재단 일상문화팀 송수경 팀장
일상 속에서 예술이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도록 기획하고 있는 송수경 팀장을 만나보았다.
부산문화재단은 지역 문화예술의 창작 활성화와 시민의 문화 향유 기회 확대를 위해 다양한 사업을 수행하는 기관입니다. 예술인의 창작활동지원과 시민의 일상적 문화참여 확대를 바탕으로, 부산이 창의성과 품격을 갖춘 글로벌 문화도시로 나아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중 제가 함께하고 있는 문화시민본부의 ‘일상문화팀’은 예술이 특정 공간이나 계층에 머무르지 않고, 시민의 일상 속으로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도록 생활문화 관련 사업을 기획하고 운영하는 문화예술 행정 업무를 맡고 있습니다. ‘거창한 예술’보다는 ‘생활 속 문화’에 주목하며, 누구나 집 가까이에서 문화를 즐기고 경험할 수 있도록 문화 접근성을 넓혀가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부산시의 ‘15분도시’ 정책과 연계한 커뮤니티 중심의 일상 속 생활문화 활성화 사업, 병원과 마을건강센터에서의 예술로 풀어가는 마음치유 사업, 장애·비장애 예술인이 함께 입주하여 창작하는 포용적 예술공간 ‘창작공간 두구’ 운영, 그리고 오는 10월 도모헌에서 열리는 부산생활문화축제까지 저희는 예술과 일상이 조화롭게 만나는 환경을 조성하고 지원하는 업무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 ‘병원아트(Hospital Art)’ 프로그램 모니터링을 위해 병원을 방문했을 때의 일입니다. 프로그램에 예술치유사로 참여 중인 예술가 한 분이 병원 복도의 안전바를 가볍게 잡고, 발레 바(Barre)처럼 활용해 발레 동작을 선보이고 계셨습니다.
병원은 특성상 정적이고 긴장된 분위기가 감도는 공간인데, 그 짧은 순간만큼은 공기가 한결 부드러워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지나가던 의료진과 환자분들, 그리고 저까지도 자연스레 미소를 짓게 되었습니다. 해당 예술가는 무용을 전공하고 오랜 기간 창작활동과 문화예술교육을 이어오신 분입니다. 특히 몇 해 전 암 투병을 겪은 경험이 있어, 환자의 마음을 누구보다 깊이 이해하며 프로그램에 참여해 주고 계십니다.
그날의 장면은 단순한 움직임이었지만, 병원이라는 공간에서 예술이 어떻게 사람과 공간을 연결하고 정서적 환기를 일으킬 수 있는지를 보여준 인상적인 순간이었습니다.
일상문화팀에서 추진하는 사업 중 예술치유와 병원아트 프로그램은, 말하자면 ‘마음의 연고’ 같은 존재입니다. 살아가면서 눈에 보이는 치료만큼이나, 보이지 않는 감정과 내면의 회복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병원이라는 공간 안에서 더욱 깊이 실감하게 됩니다.
저희가 기획하는 프로그램이 환자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의료 환경에 따뜻한 온기를 더할 수 있다면, 그 자체로 충분한 의미가 있다고 믿습니다.
예술은 때로 말 없는 대화가 되어 감정을 꺼내고, 다시 보듬게 합니다. 그래서일까요. 예술가는 또 다른 형태의 ‘의사’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저희는 직접 예술치유사로 참여하진 않지만, 예술가와 시민을 잇는 기획자이자 예술행정가로서, 예술을 통해 사회적 가치를 실현해 나가는 일에 보람과 자부심을 느낍니다. 예술이 일상에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도록 설계하고 실행하는 그 모든 과정이, 저희 업무의 가장 특별한 지점이라 생각합니다.
저희는 거창한 무대보다 ‘작은 행복의 회복’에 더 큰 가치를 둡니다.
골목 전시, 생활문화 동아리 활동, 바닷가에서 비치코밍, 출근길 클래식처럼 일상에서 감정을 어루만지는 작고 따뜻한 순간들을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문화예술이 삶 가까이에 놓일 때, 그것은 더 이상 특별한 이벤트가 아닌 누구나 누릴 수 있는 일상의 쉼표가 됩니다. 저희는 시민이 이러한 과정에 직접 참여하여 자신의 감각을 되살리고, 함께 문화적 일상을 만들어가는 것을 가장 중점적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예술 치유나 생활문화는 아직 많은 분에게 생소하게 다가옵니다. 협업 기관을 발굴하고, 사업의 효과를 설명하고, 참여를 끌어내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기도 합니다. 특히 정서적 회복과 같은 비가시적인 성과는 직접 경험하지 않으면 쉽게 납득되기 어려워, 지속적인 설명과 아카이빙, 공유회 등을 통해 끊임없이 가치를 증명해야 합니다.
얼마 전 병원아트 프로그램에 참여하신 한 분이 퇴원 후 전화를 주셨습니다. 정형외과 병동에서 긴 재활치료 중 참여하게 되었는데 “몸과 마음이 함께 회복되었다”는 인사를 남기셨습니다. “이 프로그램을 꼭 다른 분에게도 권하고 싶다”는 그 말은, 이 일을 계속하게 만드는 힘이 되는 것 같습니다.
일상문화팀에서 추진하는 사업 ‘예술치유와 병원아트 프로그램’
예술은 반드시 감탄을 자아내거나 감동을 주어야만 존재 이유가 있는 건 아닙니다. 때로는 마음 한편을 조용히 어루만지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제 역할을 해냅니다.
의사든 환자든, 병원 역시 우리의 일상 속 한 부분입니다. 어떤 날엔 진단이 시작되고, 어떤 날엔 회복과 희망이 움트는, 삶의 중요한 무대이기도 하죠.
오늘 하루, 아주 짧은 순간이라도 좋습니다. 음악, 미술, 문학 등 다양한 문화예술 활동을 부담 없이 함께 즐겨 보시길 권해드립니다. 그 경험이 오늘을 조금 더 단단하게, 내일을 조금 더 부드럽게 만들어 줄지도 모릅니다.
작고 잔잔한 감정의 결 하나가 하루의 표정을 바꾸는 힘이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