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대학교병원
생명사랑 2025. 가을호
VOL.260
함께 걷는 삶

"중증 장애인이 안심하고 웃을 수 있는 곳", 부산권역장애인구강진료센터 노미정 교수

글 오정숙 기자

전국에 운영 중인 장애인구강진료센터는 중앙센터 1곳과 권역센터 15곳으로 보건복지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 중 부산권역장애인구강진료센터는 2012년 개소 이후 일반 치과 진료가 어려운 중증 장애인을 대상으로 전신마취 치과 치료, 정기적인 구강검진과 교육, 치과 의료진 훈련, 지역 보건소와 연계한 공공보건의료 사업 등을 수행하며 핵심적인 역할을 해 오고 있다. 특히, ‘찾아가는 치아 사랑방’과 같은 이동형 무료 검진 서비스를 통해 장애인 생활시설을 직접 찾아가는 진료를 실천하며, 지역 중증 장애인의 구강 건강 증진에 앞장서고 있다. 이러한 지속적인 노력은 지역사회로부터 인정을 받아 부산광역시장 단체 표창을 수상하기도 했다.

대부분의 권역센터가 치과병원과 함께 운영되는 것과 달리, 부산권역센터는 4명의 치과의사가 독립적으로 운영하는 유일한 센터로, 그 의미가 더욱 크다.
2019년 입사한 노미정 교수는 의사소통이나 행동 조절이 어려운 중증 장애인을 대상으로 진정 치료 및 전신마취를 활용한 맞춤형 전문 진료를 시행해 왔으며, 장애인 구강 건강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과 예방의 중요성 홍보에도 힘써 왔다. 의료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꾸준한 노력으로 높은 평가를 받아, 구강보건의 날을 맞아 보건복지부장관상을 받은 그녀를 만나 보았다.

입사하게 된 동기는요?
학생 때 이곳에서 익스턴십을 하면서 처음으로 장애인구강진료센터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당시에는 모든 게 새롭고 신선하게 느껴졌고, ‘여기서 일하면 참 보람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엇보다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고, 제가 정말로 도움이 되고 필요한 사람이 될 수 있는 곳이라는 확신이 들어서 크게 고민하지 않고 2019년에 입사하게 되었습니다.
어떤 환자들을 진료하나요?
우리 센터는 일반 치과에서 진료 협조가 어려운 중증 장애인분들을 대상으로 진료하고 있습니다. 대부분 뇌병변장애, 발달장애, 자폐성장애, 지적장애, 정신장애를 가진 분들과 파킨슨병 등으로 인해 신체 움직임 조절이 어려운 분들입니다. 또한 전신마취나 수면마취가 필요한 분들을 위해 안전하게 치과 치료를 합니다.
보람을 느낀 순간은요?
하루하루가 보람입니다. 일반 치과에서는 진료가 어려운 환자분들을 치료하면서 조금씩 좋아지는 모습을 볼 때마다 매일 보람을 느끼죠. 사실 저는 그냥 제 역할을 묵묵히 하면 되는 사람이고, 전체 시스템은 오형진 센터장님을 비롯한 팀 덕분에 잘 갖춰져 있어서 사람만 있으면 충분히 진료가 가능한 곳이에요. 도움이 필요한 분들 곁에서 진료할 수 있다는 점에 보람을 느끼며 일하고 있습니다.
진료 시 어떤 어려움 있나요?
다른 과에 비해 진료 협조 자체가 쉽지 않기 때문에 어려움이 많아요. 환자분을 진료실이나 수술실로 모시는 것 자체가 힘든경우도 많아요. 어떤 분은 화장실에서 안 나오시거나 도망치거나, 강하게 거부 반응을 종종 보이시기 때문에 환자들에게 항상 많이 하는 얘기가 ‘미안하다’예요. 하기 싫다고 거부하면 ‘미안한데 이 치료가 꼭 필요하고 해야 하니까 하자고’ 설득해서 해요. 억지로 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누군가는 꼭 해야 하니까요.
어떤 의사로 기억되고 싶나요?
크게 인상 깊거나 특별히 기억에 확 남는 의사가 되고 싶진 않아요. 환자분들이 편안하게 치료받고 좋은 관계 속에서 기분 좋게 진료를 잘 마치고 가시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치과가 오기 싫은 곳이잖아요. 어쩔 수 없이 센터에 왔을 때 환자들이 조금은 좋았으면 좋겠어요. 잘 있다가 치료 잘 받고 가는 곳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병원에 부탁하거나 당부하고 싶은 말은 ?
공공의료는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메디컬센터가 있는 것이 중증 환자분들께 훨씬 더 좋은 환경을 제공한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정부에서 지원받는 것을 효율적으로 활용해 환자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기에 앞으로도 이 시스템이 잘 유지되어 중증 장애인 환자들에게 꾸준히 도움을 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진료가 끝난 후에도 환자 관련 자료 정리에 열중인 노미정 교수님을 만나 인터뷰하면서 짧은 시간이지만 뭉클함을 느낄 수 있었다. 중증 장애인들의 진료가 쉽지 않을 텐데 오히려 환자들에게 늘 ‘미안하다’며 달래가면서 마음을 다해 진료하는 그녀는 정말 멋지고, 아름답고, 빛나는 사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