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무역 현장 최일선에서
항만을 지키는 부산본부세관
부산세관 장비관리과 남상선 주무관
부산세관에서 항만을 지키는 남상선 주무관을 만나보았다.

저는 어린 시절 대한민국은 삼면이 바다인 반도 국가라고 배웠습니다. 이렇듯 우리나라는 충무공 이순신, 해상왕 장보고 등 바다와 긴밀한 역사를 이어온 나라입니다. 또한 그렇기에 무역이 나라 경제에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지요. 이런 무역과 관련된 수출입 통관, 세수 확보는 물론 밀수단속 등 업무를 수행하는 곳이 세관이며, 단연 그중에서도 동북아 물류 중심인 부산항을 관할하고 있는 곳이 부산세관입니다. 저는 부산세관에서 항만을 지키고 있는 감시정에 승선하여 해상 입출항 수속 등 관련 업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업무 특성상 해상근무를 주로 하다 보니, 거의 감시정이 ‘해상오피스’ 개념의 사무실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부산항에 드나드는 국제무역선 모니터 링과 선박 적재 및 하선 물품(‘선박용품’이라고 부름)을 검사하며 해상에서 오랜 시간 근무하다 육상에 발을 딛게 되면 본인도 모르게 어지러움이 느껴지는 경우가 있는데요. 이게 바로 저희가 말하는 ‘육지멀미’라고 합니다. ‘배멀미’는 들어 보셨어도 ‘육지멀미’는 처음 들어 보실 겁니다. 바다가 일터인 저희만이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함이 아닐까 싶네요.
밀수단속 등 감시 업무를 주로 하다 보니 사람을 대할 때 은연중에 사람을 위아래로 훑어보는 습관이 있습니다. 인터뷰 등을 통해 행동이나 말투에서 느껴지는 비정상을 찾아 불안감 등 상대방의 심리상태를 유심히 살피는 게 일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몸에 배어 있는 거 같습니다. 그래서 주변 오해도 많이 받습니다. “왜 그렇게 사람을 빤히 쳐다보냐고?” 아니면 “제 얼굴에 뭐 묻었습니까?”라고.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한창 남북 관계가 온화했던때로 기억됩니다. 북한에서 모래를 싣고 오는 배가 뜨문뜨문 부산항으로 들어왔었죠. 한 번은 제가 해당 선박에 출항 수속을 나가게 되었습니다. 감시정을 몰고 가 본선에 저희 직원과 함께 올라가게 되었죠. 북한 국적 선박은 생전 처음이라 왠지 모를 긴장감이 느껴지는데 선장실로 안내가 되어 들어가 보니 테이블 건너편에 한 사람이 앉아 있고 초록색 군복을 입은 사람이 테이블 옆에 떡하니 서 있는 게 아닙니까. ‘이게 뭐지? 웬 군복?’ 너무도 낯선 상황이라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하나 하는 생각과는 달리, 제 입에서는 습관적으로 “아 유 캡틴(Are you Captain)?” 이라는 말이 먼저 나왔습니다. 보통 외국 선박에 올라가 묻는 첫마디였죠. 다행히도 건너편에 앉아 있던 선장이 “제가 선장 입네다”라고 말했고, 그래서 저는 미리 출력 해온 출항허가서를 선장에게 조심스럽게 전달해 드리면서 “안전 운항하십시오” 라고 마지막 멘트를 남기고 빠르게 그 방을 나오려는데, 갑자기 선장이 “거기 세관동무!”하며 저를 불러 세우는 것이었습니다. 속으로 ‘무슨 문제라도 있나?’ 하며 애써 태연한 척 뒤돌아보니 선장이 아까 전달한 출항허가서를 들고는 저에게 다가오는 것이었습니다. “여기 출항허가서에 국적이 잘못 표기된 거 같은데….” “예?” 저는 놀라면서 허가서를 살펴보았죠. 국적은 ‘북한(North Korea)’이라고 올바르게 표시가 되어 있었습니다. ‘이게 무슨 문제라고?’ 생각하는데, 선장 왈,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이렇게 짧게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그제야 생각이 났죠. ‘아, 맞다. 저 동네에서는 저렇게 국가명을 쓰지?’, ‘어떻게 하지?’ 등 별의별 생각이 다 들더군요. 찰나 제 머리에서 번뜩 무언가가 스쳐 갔습니다. ‘그래, 그게 있지!’하고 주머니에 있던 수정도구로 수정을 빠르게 진행해 그 상황을 모면하게 되었죠. ‘그 순간, 그런 재치가 없었다면 어땠을까?’ 아직도 그 상황을 떠올리면 머리카락이 쭈뼛해집니다.

인력으로 어찌할 수 없는 자연현상과 마주할 때가 가장 힘들죠. 파도가 치고 너울이 거세지고, 심지어 10층 높이의 배에 줄사다리 하나만을 의지한 채 올라갈 때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이 교차할 때가 있습니다. 그래도 나라에서 나에게 부여한 임무요, 저기 높은 곳에서 나를 마주할 사람은 대한민국에서 처음 대면하는 사람이 나일 것이라는 생각에 우리나라를 대표한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업무에 임하고 있습니다.
‘생명사랑’을 통해 제 직업을 소개하게 될 거라고는 한 번도 생각해 보지 못했네요. 요즘 청소년들에게까지 마약이 유통되고 있다는 아찔한 뉴스를 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만큼 대한민국도 이제는 마약범죄에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나라가 되어버렸습니다. 마약밀수는 하셔도 안 되고 보고 묵인하셔도 안 되오니, 불법행위를 보시거나 의심 사례가 있다면 바로 ‘125(관세청 밀수신고번호)’로 신고 바랍니다. 마약 청정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큰 힘이 될 것입니다. 아, 그리고 부산세관은 국민 여러분께 관세행정 정보를 빠르고 재미있게 전달하고자 유튜브 채널 ‘느그세관장 최익현’을 운영 중이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