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대학교병원
생명사랑 2025. 봄호
VOL.258
CULTURE&LIFE

동네 책방

글 이영미 기자
기빙트리
경남 양산시 물금읍 화산길 28-2

작은 문을 열고 들어가니 아담한 가게는 혼자서 손님들을 맞이해준다. 카페인지, 서재인지…. 걸으면 삐그덕거릴 것 같은, 잠시 책방에 왔다는 건 잊은 채, 일본 애니메이션에 나올 것만 같은 옛집을 구경한다. 책방. 문고도 아니고, 서점도 맞지 않다. 딱 책방이다. 여긴 책방이라고 부르는 것이 생김새에 걸맞은 단어다. 동네 책방. 기빙트리.

드디어 사장님 등장. 북클럽 중에 방문한 우리들을 위해 잠시 나와주셨다. 기빙트리는 일반서적도 있지만 공정무역과 환경에 관련된 책과 소품을 주로 다룬다. 책보다 아프리카코끼리 똥으로 만들었다는 노트에 킁킁 냄새부터 맡아보는 우리다. 북클럽 주제도 공정무역과 환경에 대한 것.
그리고 한편에는 중고 서적들이 있다. 중고 서적은 음료만 시키면 서재 같은 공간에서 마음껏 읽을 수 있다. 여기에 왔으니 공정무역 책을 사야 하나? 잠시 고민했지만 내 취향대로 류시화님 <내가 생각한 인생이 아니야>를 들고 사장님과 마지막 인사를 나누었다.



안녕, 고래야~~~
경남 양산시 물금읍 범어리 707-5

카페 옆에 자리 잡은 책방. 한쪽엔 독립출판 서적과 일반 책들, 반대편엔 아이들을 위한 그림책이 준비되어 있다. 아이들을 위한 그림책이지만 예쁘고 신기한 책들이 어른의 눈길을 끈다. 어쩜, 내가 어릴때 이렇게 예쁜 책을 가질 수 있었다면, 매일 밤 껴안고 잠이 들었을 것만 같다. 그렇게 자면 예쁜 꿈을 꿀 수 있지 않을까? 책방 중앙 테이블에서 따뜻한 햇살을 맞으며, 아이에게 도란도란 그림책 읽어주는 생각으로 책방을 나선다.


너는 이름이 뭐니?
경남 양산시 물금읍 증산역로 177, 3층 11호

문을 열자 빠르지도 않고 느리지도 않은 그야말로 너무나 적당한 속도로 다가오던 너. 그 적당하고 야단스럽지 않은 반김에 마음이 열리지 않을 이가 있을까? 누리네 책방의 누리는 책방 이름의 주인에 걸맞은 품위를 가진 개였다. 그렇게 열린 마음은 다꾸(다이어리 꾸미기)용품에서 활짝 열리고 만다. 일단 몇 개를 챙기고 정신을 차리고 책들을 둘러본다. 누리네 책방에는 다양한 종류(많은 게 아니고 다양하다)의 책들이 진열되어 있다. 북클럽에서도 한 가지 주제만 다루지 않는다고 한다. 매번 주제가 다른 책을 선정하고, 그 책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신청해서 모임을 이룬다고. 욕심내서 신청했다가 매주 읽어야 하는 책 때문에 심히 욕을 봤던 나에게는 매우 끌리는 조건이다. 주인장 뜻대로 이번엔 전혀 관심이 없는 분야,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라는 수학 관련 도서를 골라보았다. 끝까지 읽어야 할 텐데….

오늘 우리가 다닌 곳은 독립서점, 동네책방이다. 예전에 흔했던 동네의 작은 서점들이 생각났다. 물론 지금처럼 이쁘거나 개성이 있지는 않았지만. 독립 서점이란 대규모 자본이나 유통망에 의지하지 않는다. 그래서 대형서점처럼 할인은 없다. 마일리지도 없다. 그러나 대형서점에서 볼 수 없는 독립출판 서적과 주인장 취향대로(베스트셀러가 아닌) 골라놓은 책들을 만날 수 있는 공간이다. 봄바람 살랑살랑하면 동네책방 마실 한번 어떨까?



꿀Tip!

동네서점 희망도서 바로대출
도서관에 비치하기를 원하는 희망도서를 신청하고 원하는 동네책방(양산시 기준 총 15곳 운영)에서 신청한 새 책을받 을 수 있다.
재미있게 읽고 3주 뒤 신청한 도서관으로 반납하면 완료! "오늘 방문한 3곳은 모두 [동네서점 희망도서 바로대출]을 신청할 수 있는 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