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대학교병원
생명사랑 2023. 여름호
VOL.251
함께 걷는 삶

기부는 내 마음에 쌓는 통장
기부의 판데믹 시대를 ~~

글 오정숙 기자


기부는 소리 없이 남모르게 조용히 하는 것이라며 한사코 취재를 거절하는 황은정 약제부장님을 설득해 기부를 시작하게 된 계기와 아직도 진행 중인 기부 판데믹 시대를 열고 싶은 그녀의 따뜻한 기부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기부를 시작하시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으신가요?

코로나19로 인해 모두가 힘든 시기를 같이 보내고 있을 때 양산부산대학교병원이 코로나19 영남권역 예방접종 센터로 지정되어 2021년 2월 26일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도입되는 코로나19 백신 관리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워낙 귀한 약이다 보니 전 국민의 엄청난 관심을 받고 있을 때라 병원 약사로서 최선을 다해 백신을 잘 보관하고 관리하는 것이 나라에 기여할 수 있는 일이라 생각했습니다. 그 상황에 맞게 묵묵히 주어진 일을 했을 뿐인데 한국병원약사회에서 병원 약사상이라는 큰 상과 함께 상금까지 주셨습니다. 상금을 받고 보니 이 돈을 어떻게 사용 하는 것이 나에게 가장 의미가 있을까? 고민하다 그 시기에 외래 약국 이사로 인해 어린이병원약국에 잠시 이전하여 운영할 계획을 하면서 어린이병원에 후원하시는 많은 분처럼 나도 어린이병원에 기부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여 기부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지속적으로 기부하는 이유가 있으신가요?

병원약사상으로 받은 상금은 원래 나의 돈이 아니었으므로 다시 사회에 돌려주는 것이 당연하다 생각했어요. 상금 기부를 시작으로 하여 이제는 내 돈으로도 기부를 해보자는 마음을 먹고 그때부터 매달 월급의 일부를 기부하게 되었습니다. 어느덧 입사 20주년을 맞이하게 된 저의 직장생활을 되돌아 보니 지금의 내가 있기까지는 정말 많은 분들 덕분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올해 입사 20주년 기념 기부를 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어린이병원약국은 제가 양산부산대학교병원의 개원 준비단 사무실을 떠나 흙먼지가 날리는 공사판 사이에서 처음으로 책상을 두고 일을 시작했던 공간입니다. 하지만 아직도 약사 인력 문제로 어린이병원약국을 운영하지 못하고 있어서 저로서는 늘 어린이병원의 내원객들과 직원들에게 마음의 빚을 지고 살고있는 것 같아 그 빚을 조금이나마 갚아 보자는 마음으로 다시 기부하게 되었습니다.

황은정 부장님에겐 기부란 어떤 의미인가요?

기부는 내가 사회에 진 빚을 갚는 것이라 생각해요. 힘들고 어려운 가정형편에서 태어났지만, 다행히 사회적으로 안정된 직업을 가지게 되었고, 뜻하지 않게 병원 내에서 보직도 맡으면서 누군가에게는 성공한 삶처럼 보일 수도 있을 거예요. 하지만 지금 제가 가지고 있는 모든 것들은 사회로부터 받은 것이고, 받은 것의 대부분을 저와 제 가족을 위해 다 쓰면서 아주 극히 일부만 다시 사회로 갚는 것일 뿐입니다.

기부금이 어떻게 사용되길 바라시나요?

어린이병원에서 진료를 본 아이들이 어린이병원 약국에서 바로 약을 받아 가지 못하고 부모님들과 중앙 진료동의 외래약국을 오가며 약을 받아 가는 모습을 볼 때면 불편을 드려 늘 죄송한 마음이 들었 습니다. 어린이병원을 방문하시는 모든 분들과 어린이병원을 위해 수고하시는 분들에게 필요한 것이라면 어디든 사용되어도 좋습니다

기부에 대한 또 다른 계획이 있으신가요

2017년 아이가 유치원에서 받아 온 굿네이버스 ‘가족그림 편지쓰기대회’라는 프로그램을 보고는 숙제하듯이 기부금을 봉투에 넣었어요. 그런데 속물 같았던 저와는 다르게 순수하게 다른 누군가를 생각할 줄 아는 제 아이의 마음을 보면서 반성하는 마음으로 지구별 아이 중 한 명과 인연을 맺게 되었습니다. 그 아이가 선생님이 될 때까지 인연을 계속 이어 나가는 것과 의약학 학회의 기부 프로그램, 양산시 결식아동돕기, 양산부산대학교병원 의료봉사단 등 적은 금액이라도 지금 제가 하는 기부를 병원에 근무하는 동안 계속하기입니다. 또한, 금전적인 기부외에도 재능을 기부하는 것도 중요하다 생각해 특별한 재능은 없지만 제가 가진 약학적인 지식이 도움이 될 수 있는 곳이 있다면 병원 외 학교, 공공기관, 학회 등 어디든 기부할 수 있도록 하고자 합니다.

기부를 망설이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요 ?

기부하겠다고 마음먹고 기부를 시작하게 된 것은 아니었습니다. 살다 보니 기부할 기회가 생겼던 것 같아요. 우연히 기부할 기회와 마주치시게 된다면 기회를 놓치지 마시고 꼭 붙잡으시길 바랍니다. 기부는 내 마음에 쌓는 통장입니다.

마지막으로 병원보 구독자들에게 한마디 해주신다면?

코로나19 판데믹이 이제는 엔데믹으로 전환되었 습니다. 그 힘든 시간을 함께 이겨낸 우리 사회를 위해 이제 구독자 여러분들이 기부의 판데믹 시대를 열어 보시는 것은 어떨는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