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행복하려면...
前 제2대 양산부산대학교병원장,
現 부산대학교병원 신경외과 교수
이제 도움을 받기보다는 좀 더 남들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것이 더 보람 있는 삶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의예과 1학년으로 입학하여 첫 대학 생활을 시작할 때의 일이다.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을 시작하는데 학과장이신 물리학과 노동택 교수님(작고)께서 참 인상적이고 의미심장한 말씀을 주셨다. “장학금을 받지마라.”, “남의 도움을 받지 마라.”, “그런 사람은 큰 인물이 될 수 없고, 성공할 수 없다.”, 그러면서 본인의 경우를 들어, 자신은 고교 때나 대학 때 우수한 성적으로 늘 장학금을 받고 학교를 다녔고, 남들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고 살아왔으나 결국 평범한 교수밖에 되지 못했다고 말씀하셨다. 논리가 맞는 것일까? 하지만 살아가면서 그 교수님의 말씀이 문득문득 마음속에 떠오르는 화두가 되었다.
의과대학 4학년 생활까지 포함하면 이 좁은 아미골에서 보낸 시간이 43년, 내 인생의 거의 2/3를 이 터전에서 세월을 보냈다. 이러한 긴 세월 속에 무난하지는 않았고 수많은 난관이 닥쳐왔으며 다행히 많은 분들의 도움과 은혜에 힘입어 정년까지 올 수 있던 것이 아닌가.
생각해보면 노동택 교수님의 말씀이 맞다고 아니할 수 없겠다. 결국 나도 학창 시절 일부 장학금을 받았고,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수많은 분들로부터 지원과 도움을 받았던바, 결국 범상한 인물은 되지 못하고 평범한 한 대학의 교수로 내 삶을 마무리하고 있지 않은가.
어린 유년 시절부터 대학 시절까지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늘 학비를 걱정하며 살았고, 전공의 시절 이후 교수로서의 생활을 되돌아보면 삶의 매듭이 지는 어려움과 고통이 수없이 많았고, 그 시점마다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이겨내고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이 나의 삶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 우리는 어떠한 삶을 살아가더라도 도움을 받고 또한 남을 돕는 상호 교류 없이는 살아갈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도움을 받았을 때 항상 감사하는 마음과 함께 언젠가는 갚을 수 있을 때 마음이 더 여유롭고 행복할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나의 삶에 있어서 내가 남에게 베푼 것보다는 남으로부터 받은 도움이 더 많아 부끄러운 마음이 앞선다.
병원에 있다 보면 주변에서 많은 분들로부터 도움을 요청받는다. 결국 진료의 선택, 수술을 해야 하느냐 말아야 하느냐, 수술을 하면 누구한테 받는 것이 좋으냐, 심지어는 이미 입원하여 수술받은 상태에서도, 또는 암으로 진단받고 치료받는 중에서도 나의 전문분야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치료과정이 어떻게 되는지, 예후가 어떻게 되는지, 때로는 담당 교수에게 특별히 부탁해 달라는 요청이 들어오는데, 난감하다. 그분들로서는 참 간절한 요청임을 알지만, 나의 바쁜 일정 중에서 일일이 해당과의 교수들과 통화를 하고 물어보고 별다른 도움을 받지 못해 실망한 나머지 나를 비난하는 경우도 경험한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일일이 손을 내밀지 못해 미안하고 안타까울 뿐이다. 더불어 실없이 동료, 후배 교수들에게 본의 아니게 귀찮은 민폐를 끼치게 된 점 등은 넓은 관용으로 이해해 주시기를 바란다.
나의 삶 전체를 돌이켜 보면 내가 남에게 특별히 도움을 준 것보다는 남들로부터 도움받은 것들이 더 많이 기억된다. 이제 도움을 받기보다는 좀 더 남들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것이 더 보람 있는 삶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성경 말씀에는 우리의 삶은 심는 대로 거둔다고 한다. 그리고 이 시점에서 나를 거울에 비추어보며 반성도 해본다. 나는 과연 무엇을 심었었던가? 선한 삶을 살아왔던가? 남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 이었던가? 남을 도우며 살아왔던가.
아무래도 많이 부족했던 것 같다. 하지만 남은 인생의 여정에서 우선은 실천하는 마음을 가져 보기로 다짐해 본다. 설령 제대로 실천하지 못할지언정 지금, 이 순간부터라도 시작하는 마음은 가져보도록 하자. 주는 것이 받는 것보다 더 행복하다(It is more blessed to give than receive.)는 진리의 말씀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