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기적을 조율하는 사람들
조직적합검사 업무를 하다 보면 밤늦은 시간 다급하게 걸려 오는 전화를 받을 때가 있다. 뇌사 장기기증이 발생했다는 연락이다. 제한된 시간 안에 이식 가능 여부를 확인해야 하는 긴박한 순간, 그 중심에는 언제나 장기이식 코디네이터 선생님들이 있다.
양산부산대학교병원 장기이식센터에서 만난 네 명의 코디네이터 선생님들은 ‘환자가 안전하게 이식을 받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자신들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실제 업무는 단순한 일정 조율 이상의 일이었다. 평소에는 이식 대기 환자의 상태를 확인하고 검사 일정과 외래 진료를 조율하지만, 뇌사 기증자 발생 연락이 오는 순간 모든 업무는 긴급 체제로 전환된다. 수술팀과 중환자실, 진단검사의학과, 장기이송팀,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 등 여러 부서와 동시에 소통하며 제한된 시간 안에 이식 준비를 마쳐야 한다.
손세림 코디네이터 선생님은 “생체 및 뇌사 신장이식의 전 과정을 총괄해 조율하는 것이 핵심 역할이다”라며 “다양한 의료진과 기관 사이에서 중심을 잡고 이식이 원활하게 진행되도록 돕고 있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것은 환자의 이야기를 가장 가까이에서 듣는 사람 역시 코디네이터 선생님들이라는 점이었다.
김진아 코디네이터 선생님은 “장기이식은 단순한 수술이 아니라 평생 이어지는 과정이다”라며 “환자와 보호자가 이식 이후의 삶까지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지 함께 살핀다”고 말했다.
실제로 환자와 보호자들은 긴 기다림 속에서 생기는 불안과 두려움, 의료진에게 쉽게 말하지 못하는 고민까지 코디네이터에게 털어놓곤 한다. 가장 보람을 느끼는 순간은 중환자실에 있던 환자가 건강을 회복해 다시 외래로 걸어 들어오는 순간이라고 했다. “기증자의 몫까지 책임감 있게 살아가겠다”는 수혜자의 말을 들을 때면 이 일의 의미를 다시 실감한다고 말했다.
반면 가장 힘든 순간은 누군가의 죽음을 동시에 마주해야 할 때다. 갑작스럽게 가족을 잃은 유가족의 슬픔과, 그 기증을 기다리는 이식 대기자의 절박함을 동시에 바라봐야 하기 때문이다.
최진화 코디네이터 선생님은 “짧은 시간 안에 여러 부서가 동시에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시간 조율과 정보 공유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24시간 온콜(On-Call) 체계 속에서 반복되는 긴장과 감정 소진 역시 이들의 몫이다. 정지은 코디네이터 선생님은 “환자를 돌보는 것만큼 자기 자신을 돌보는 일도 중요하다”며 후배들에게 자신의 건강과 일상을 잃지 않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 장기이식센터에는 수많은 사람의 밤과 책임감, 그리고 간절한 기다림이 존재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의 마지막 선택이 또 다른 생명을 살리는 기적이 되기까지, 그 과정에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움직이는 장기이식 코디네이터 선생님들의 헌신이 함께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