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누는 자가 더 기쁨을 누릴 수 있는 기부

긴 세월을 병원과 함께, 든든하게 산부인과를 지키고 계시는 김기형 교수님을 만나 뵙고 따뜻한 기부의 마음을 듣고자 합니다.
글쎄요. 오히려 병원 내 기부보다는 매체에서 유명한 연예인들의 기부에 대해 자주 듣곤 했고, 독지가의 통 큰 기부에 대해 듣곤 했었지요. 병원을 오가며 Donation wall에 이름이 기록된 분들을 보면서도 나와는 거리가 먼, 넉넉한 분들이나 잘 나가는 분들이 하는 것이라는 좁은 생각이 있었지요. “내가 환자들에게 치료만 잘 해주면 되지 뭐...” 라는 생각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면 좋겠어요. 이제 기부란 어떤 의미일까 돌아보면, 나중심의 생각에서 주변을 바라볼 수 있다는 것, 내게 중요했던 것이 남에게도 중요하다는 것, 내게 필요한 것이 남에게 더 필요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서, 기부란 내가 가진 것을 조금이라도 남을 위해 나누는 것이라고 생각이 드네요.
병원에서 참 어려운 환자들을 자주 만나게 됩니다. 각각 나름대로의 사정들이 다 있겠지요. 최근에 진료한 난소암이 재발한 할머니는 아들이 주식으로 많은 돈을 날리고 집까지 넘어갔다는 말씀을 울먹이며 하셨고, 동남아에서 온 재발성난소암 젊은 여성은 항암제 비용 때문에 제때 항암치료를 못하고 비용을 마련해 와서 치료하고, 항암치료 중간에 일을 해서 다시 비용을 마련해서 치료받으러 오던 경우를 보았습니다. 누군가의 건강 회복에 경제적인 이유로 치료받지 못하는 안타까운 경우들이 없었으면 좋겠고, 병원에서 지원할 수 있는 나름의 기준이 있겠지만, 범위를 많이 넓혀 그들의 딱한 사정들이 잘 받아 들여 지면 좋겠어요.
산부인과 의사는 많이 힘들 거라는 생각을 먼저 하게 되잖아요. 산모와 태아의 두 생명을 돌보게 된다는 점, 피(출혈)를 많이 보게 된다는 점, 분쟁의 소지가 많을 것이라는 점 때문에 가지게 되는 외부의 시선이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반면 극적인 호전 경과를 보여 해피엔딩인 경우가 참 많아요. 골반 내종양으로 산더미처럼 부른 배가 수술 후에 회복되어 아무렇지 않게 일상생활을 하는 경우를 자주 봅니다. 이건 산부인과 의사로서 느끼는 굉장한 보람이지요. 기억에 오래 남는 경우라면 부인암 환자를 진료하면서 난소암 4기, 자궁경부암 4기 환자들이 염려와는 달리 치료 후에 건강해져 일상으로 돌아가게 되는 경우가 보람이 있고 기억에 남지요.
참 개인적인 소망입니다만 제가 수술 후 첫째 해를 보내고 있잖아요. 저의 건강이 온전하게 회복되어지고, 생활 습관이 재정립 되는 것이 우선이겠죠. 그리고 제가 수술 받은 경험으로 다른 환자들을 진료할 때에 환자의 마음을 깊이 헤아리는 의사가 되어가는 것이 다음 소망입니다. 성경에도 내가 받은 위로로써 다른 환란 중에 있는 자들을 위로하게 한다는 말씀처럼 환자들을 돌볼 때에 깊이 공감하고 위로해 주는 의사로 제가 변화되는 기회가 되면 좋겠어요.
이 부분은 제가 어떻게 대답을 해야 할까 좀 고민이 되네요. 저도 기부의 발걸음을 이제 막 내딛었잖아요. 제가 한 번으로 그치지 않고 어떤 형태이든, 어떤 크기이든 기부를 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앞서 말씀드린 ‘감사’와 ‘기쁨’, 이 두 단어를 실천하고 경험하는 것이지요. 제가 일하는 직장 속에서 더 많은 감사의 조건들을 찾고 행복해짐으로 기부를 실천할 수 있게 되기를 바라며, 나누면서 얻게 되는 기쁨도 더 누리고 싶어요. 질문처럼 기부를 망설이는 분이 계시다면 꼭 저와 같은 계기가 아니더라도 작은 실천으로 옮겨보시면 큰 기쁨을 누릴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