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대학교병원
생명사랑 2021.봄호
VOL.242
CULTURE&LIFE

‘Il Mondo’ in <ABOUT TIME>

배용찬 부산대학교병원 성형외과 교수
나의 인생영화 중 하나인 <어바웃 타임>에 관한 내용이다. 2013년에 개봉한이 영화는 리처드 커티스(Richard Curtis)가 각본과 감독을 맡았다. 그는 <노팅 힐>, <브리짓존스의 일기>, <네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 등의 각본을 쓴 작가이며, 나의 또다른 인생영화인 <러브 액츄얼리>의 각본과 감독을 맡아, 나와는 개인적으로 유머코드도 맞고, 동질감을 많이 느끼는 감독이다.

빌 나이(Bill Nighy, 아버지역)가 성인이 된 아들인 도널 글리슨(Domhnall Gleeson, 팀역)에게 이 집안의 비밀인 ‘시간여행’의 능력을 설명하면서 이 영화는 시작한다. 기본 설정 자체는 ‘과거로의 시간 여행’이라는 황당하고 진부한 소재이지만 세세한 상황이나 스토리텔링은 유머러스하면서도 감동적이고 철학적 교훈까지 있다.

팀이 레이첼 맥아담스(Rachel McAdams, 메리역)를 만나고 사귀는 과정도 재미있지만, 오늘은 그들의 결혼식 장면이 주제이다. 콘월에 있는 고향 마을의 교회에서 치뤄지는 결혼식. 신랑은 이미 입장해서 기다리고 있고, 버튼이 눌러지자 지미 폰타나의 ‘Il mondo’가 울려 퍼진다. 신랑인 팀이 깜짝 놀라면서도 행복해하자, 아버지가 아들 팀에게 이게 무슨 상황이냐는 듯 몸짓을 보낸다. 신랑은 자기가 한 게 아니라는 시늉을 한다. 문이 열리고 빨간 드레스를 입은 너무나도 어여쁜 신부가 등장하여 이 음악이 어떠냐는 표정을 해 보이고는 귀여운 손가락질로 사랑하는 너 때문이라는 시선을 보낸다(사실 메리는 결혼 준비를 하면서 신랑과 시아버지가 유난히 좋아하는 ‘Il mondo’를 결혼식에 사용하자는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투정을 부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부 입장에 이 노래를 사용하는 센스를 부린 것이다). 신부가 가볍게 몸을 흔들며 입장하자, 팀이 가벼운 제자리 댄스를 추고, 아버지도 몸을 흔들다가 부인에게 타박을 맞고 멈춘다.

결혼식이 시작하기 전부터 잔뜩 흐려있던 날씨가 예식을 마치고 신랑신부가 밖으로 나오니 비바람으로 변했다. 겨우 기념 촬영을 하고 피로연 파티가 준비된 천막으로 이동하는데, 비는 퍼붓고 바람은 거세지고, 치마가 뒤집어지고 우산도 뒤집어지고, 미끄러지고 넘어지고…. 겨우 천막 안으로 들어와 수건으로 물기를 닦으며 정신 좀 차리려 하는데 결국 비를 못 이긴 천막 지붕이 갈라지며 물이 쏟아지고, 강풍에 천막이 날라간다. 다시 사람들은 혼비백산하여 집 안으로 이동하는데… 그 혼란의 와중에 신부 입장 직전에 시작하였던 ‘Il mondo’가 계속 흐른다. 인생의 가장 중요한 날에 벌어지는 이런 난장판 같은 소동에 멜로디와 가사가 절묘하다.

출처: 네이버영화

‘Il mondo’는 ‘세상’이라는 뜻의 이태리어이며 1965년 발표된 지미 폰타나의 대표곡이다. ‘세상은 끝없이 돌고 돈다, 방금 시작한 사랑도 있고 이미 끝난 사랑도 있고, 사람들은 기뻐하기도 하고 괴로워하기도 한다, 낮이 가면 밤이 따라오고 또 낮이 올 거다…’ 대충 이런 내용인데 이태리어의 시적 의미를 파악할 수준이 못 되기에 가사가 좀 막막하기는 하다. 매력적인 곡이라 많은 사람들이 불렀는데, 남성 3중창으로는 ‘Il Volo’, 2중창으로는 ‘Il Songno’가 불렀으며 독창으로도 많이 나와 있다. 국내에서도 ‘팬텀싱어’에 출연한 팀들이 불러 인기를 끌었다. 유채훈의 독창도 멋있고, 미라클라스(김주택, 박강현, 정필립, 한태인)의 장중함도 좋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지미 폰타나의 원곡이 주는 담백함이 가장 마음에 든다.

에필로그 1
아버지역으로 나오는 빌의 손은 성형외과의사의 눈길을 끈다. 양측 4번째와 5번째 손가락이 펴지지 않아 듀피트렌 구축(Dupuytren′s contracture)으로 의심되기 때문이다. 왼쪽이 더 심한 듯한데, 이런 이유로 왼손을 자꾸 바지 주머니에 넣곤 한다. 수술을 시도하였는지 궁금하다.
에필로그 2

팀이 집을 떠나 기차를 타고 런던으로 간다. 아버지 친구이며 혼자사는 괴짜 극작가 집에 머물기로 하는데 그 집이 세인트존스우드에 있다고 설명한다. 그러면서 덧붙힌다. 애비 로드 근처라고….

갑자기 귀가 번쩍했다. 사실 런던에는 가 본적도 없는 내가 런던의 지리에 대해 뭘 알겠냐마는 애비 로드는 너무 유명하지 않은가, 특히 비틀즈의 팬이라면…그렇다. 4명의 멤버가 횡단보도를 나란히 걸어가는 재킷사진의 비틀즈의 마지막앨범 이름이다. 애비 로드에 대하여는 얘기거리가 많으니 다음에 다시 언급하기로 하자.

영화 <어바웃타임> 포스터
배급: 유니버설 픽쳐스, 출처: 네이버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