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대학교병원
생명사랑 2024. 여름호
VOL.255
만나러갑니다

진실을 밝히는
과학의 힘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고영산 법의조사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범죄수사 및 사건 사고의 해결에 힘을 쓰고 있는
고영산 법의조사관을 만나보았다.

직장과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소개부탁드립니다

부산과학수사연구소는 1993년 부산 영도에서 설립되었고, 2011년에 양산으로 이전하였다. 영남권(부산, 울산 및 경남)의 범죄 수사 및 사건, 사고 원인 규명에 필요한 감정을 하는 유일한 감정기관이며 30년 동안 영남권의 주요 사건을 해결해 온 곳이다. 현재 저는 법의학과 법의조사관으로서 변사사건 발생 시 부검 및 감정을 시행하여 사인을 규명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법의조사관이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저는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해부학교실에서 위암 세포의 신호전달에 관한 연구하던 중, 우연히 법의학교실에서 부검이 이루어지는 것을 보게 되었다. 그 순간 법의학이라는 분야에 강한 흥미를 느끼게 되었고, 법의학은 단순히 사망 원인을 밝히는 것뿐만 아니라, 사건의 진실을 규명하고, 사회 정의를 실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큰 매력을 느꼈다. 그래서 연구와 동시에 법의학 관련 학회와 워크숍, 그리고 법학의 교실에서 부검 업무에 참여하면서 관련된 학문의 지식을 넓혔다.
이러한 과정에서 법의학 분야에 대해 진로를 구체화하게 되었고, 또한 공무원으로 직업의 안정성 역시 보장되어 지원하게 되었다. 지금까지 법의조사관으로 일하면서 억울한 죽음을 밝히고, 실체적 진실을 확인하는데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보람을 느끼고 있다.

법의조사관을 하시면서의 특별한 에피소드가 있나요?

법의조사관으로서 근무하면서 특별한 에피소드 중 하나는, 2018년 1월 26일 밀양 세종병원에 대형화재가 발생하여 다수가 사망하고 다친 사건이 있었다. 저희는 다른 날과 마찬가지로 아침에 부검을 준비하고 부검이 시작된 후였고 부검 중 그 사건을 인지하였다. 그날은 2조가 부검을 진행하는 중이었고 갑작스러운 사고를 접하고, 1조만을 남기고 나머지 법의학과 직원들은 바로 현장을 출동하였다. 저는 남아서 그날의 부검을 오후까지 진행해서 마쳤고 그 이후로도 각각의 현장에서 채취된 감정물들이 저녁에 도착하였고 모든 부산과학수사연구소 직원들은 함께 남아서 신속하고 정확하게 사인 규명 및 원인 규명에 힘썼던 게 기억난다. 남아서 부검을 진행했던 사람, 각각의 현장으로 출동하여 계속 감정물을 채취하였던 사람 그리고 연구소에서 기다리며 현장에서 오는 감정물을 바로 바로 처리했던 사람, 모두가 하나처럼 함께 움직여서 큰 사건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는 것에 대단한 보람을 느꼈다.

국과수 법의조사관의 특별함이 있다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법의조사관으로서 부검을 통해 사인을 밝히는 일에 참여도 하지만 동시에 저는 익사로 추정되는 부검에서 채취된 장기 등을 이용하여 익사진단에 도움을 주는 플랑크톤 감정업무 및 연구를 같이 수행하고 있다. 국과수에서 시행하는 연구는 특별함이 있다. 저의 플랑크톤 감정의 최신기법들을 연구하고 연구 결과를 감정에 직접 적용이 가능하다. 이렇게 연구를 통해 발견한 새로운 감정기법은 제 감정의 증거력을 높여주기에 연구를 수행하는 것이 즐거움이 되었으며, 국과수는 일과 연구를 즐겁게 할 수 있는 특별한 곳이 되었다.

법의조사관의 힘든 점과 뿌듯한 점이 있을까요?

2016년 10월 13일에 울산 울주군 언양읍 경부고속도로에서 관광버스에 화재가 발생하여 10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있었다. 이날 제 아버지의 환갑을 맞이하여 다른 지역에 사시는 부모님과 일본에 사는 동생 내외가 모두 우리 집에 방문하는 날이었다. 갑작스러운 사고 소식을 접하고 현장이 수습되어 부검이 진행되는 다음 날까지 저 포함 부산과학수사연구소 전 직원이 긴장감 속에 대기를 하였다. 휴일이었던 다음날 저를 제외한 가족이 펜션으로 먼저 이동하였고, 저는 부검이 끝난 후 저녁에 합류할 수 있었다. 가족행사에는 조금 늦었지만, 다행히 부검을 마치고 왔기에 신원이 확인 되지 않아 장례조차 진행할 수 없었던 유가족들에게 신속하게 신원을 확인시켜 드림으로써 장례가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었다. “큰 슬픔에 빠져있던 유가족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을 드리고 왔습니다”라고 아버지께 전하자, 아들이 하는 일이 자랑스럽고 뿌듯하시다며 가장 큰 선물이라고 하셨다.

병원보 생명사랑 구독자분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진실을 밝히는 과학의 힘’이란 슬로건 아래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일원으로 범죄수사 및 사건, 사고의 해결에 참여하고 있다. 사회가 급변함에 따라 범죄양상 또한 새로운 형태를 띠고 있다. 이에 과학적 증거력 확보를 위한 감정 및 연구활동을 통해 수사의 과학화에 크게 이바지 하겠으며, 국민이 신뢰하고 발전하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