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대학교병원
생명사랑 2024. 여름호
VOL.255
CULTURE&LIFE

79년의 비밀의 숲, 양산 법기수원지와
양산의 의병에서 광복까지 양산시립독립기념관

글 이영미 기자

쏟아지는 햇살…. 본능적으로 그늘을 찾게 되는 계절이다. 인공적인 시원함에 익숙해 있는 우리지만 자연, 특히 나무가 주는 그늘의 청정함에 비할 수는 없다. 하지만 산행을 하기에는 이 계절의 혹독함을 이길 자신이 없는 우리…. 하늘을 찌를 듯한 편백나무 숲, 하지만 산행이 아닌 산책으로 만나 볼 수 있는 곳. 이곳에서 잠시 쉬어 가보자.

79년간 일반인들의 발길을 차단한 덕분일까? 넓게 트인 길을 따라 히말라야시더 나무의 호위를 받으며 입장하면(?) 쭉쭉 뻗은 편백나무 숲을 만나게 되는데, 이곳의 나무들은 웅장하다고 표현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굵고 높다. 이들을 보고 있으면 나무의 시간은 인간을 한 낱이라 표현할 수 있을 것처럼 느껴진다. 주위를 둘러보면 새소리는 물론이고 다람쥐처럼 귀여운 아이들의 현장학습 모습과 진짜 다람쥐의 신기한 모습(사람을 보고도 먹이에만 집중하는)도 만날 수 있다.

봄에는 벚꽃이, 가을에는 단풍이 멋들어진다고 한다. 개방 초기에는 둑 중앙에 설치된 돌계단(하늘 계단)을 따라 댐마루로 올라갈 수 있었지만, 지금은 양옆에 데크 계단을 설치해 놓아 그늘의 도움을 받아 오를 수 있다. 그렇게 댐마루에 오르면 물비늘이 반짝이는 저수지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되었다는 취수탑, 당당한 자태의 칠 반송을 만나게 된다. 아직 수원지 둘레길은 개방되지 않아 댐마루 한편에서만 바라볼 수 있지만, 그 풍경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답다.

왼쪽 계단으로 올라 오른쪽 계단으로 내려오면 취수터널 입구에 한자로 ‘원정윤군생(源淨潤群生)’이라 새겨진 돌을 볼 수 있다. 이는 당시 조선 총독이던 사이토 마코토가 남긴 글로 ‘깨끗한 물은 많은 생명체를 윤택하게 한다’라는 뜻이라고 한다.

양산 법기수원지

운영시간 오전8시~오후6시(동계5시)

주의사항 물외음식물,자전거·반려견·돗자리반입금지

그렇다. 법기수원지는 일제강점기 때 5년간(1927~1932년)에 걸쳐 일본인들의 식수로 사용하기 위해 건설된 곳이다. 1932년 완공 후부터 2011년까지 한 번도 개방된 적이 없다가 2011년 7월 15일 일부 개방하여 현재 개방된 일부 구역만을 방문할 수 있다. 부산의 동북부(동래구, 금정구, 해운대구, 연제구) 지역의 상수도원을 공급하는 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는 수원지로 철저히 관리하고 있으며, 상수원 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주변지역은 모두 개발제한구역으로 이루어져 있다. 수원지 아래쪽으로 60번 지방도인 동서로와 함께 법기터널이 통과한다. 이 지방도는 양산신도시와 웅상을 연결하는 매우 중요한 교통로인데 법기터널을 뚫을 때 수원지 보호를 위하여 수원지를 최대한 피해서 우회하는 선형으로 지어졌다고 한다. 개방 이후에도 이러한 노력 덕분에 유수한 세월이 빚어놓은 자연의 모습 그대로를 오롯이 느낄 수 있다.

법기수원지의 맑은 공기를 마시고 양산의 또 다른 역사의 현장으로 출발했다. 2023년에 개관한 양산시립독립기념관이다. 1층의 상설 전시실은 1900년대 초 양산의 의병 활동부터 1945년 광복까지 전시되어 있다. 양산 출신의 독립운동가인 윤현진선생과 통도사 승려였던 박민오 선생의 활동이 자세히 소개되어 있다. 2층은 기획전시실과 어린이역사체험실로 구성되어 있다. 기획전시의 처음은 독립기념관 바로 옆에 위치한 충렬사에 계시는 독립유공자 42명을 소개하는 전시였고, 3월 까지는 ‘대한민국 임시정부 <기억상자>’ 순회전을 열었다. 3층은 역사자료실인 의춘당이 있다. 의춘은 양산을 이르는 옛말이다. ‘풍운이 고른 새봄을 맞이한다’라는 뜻이라니…. 독립이라는 말과 맞닿아 있는 것 같다. 의춘당에는 독립운동에 관한 책들과 앉아서 편히 읽을 수 있는 자리도 마련되어 있다. 4층을 통해 밖으로 나가면 충렬사와 이어지는 연결로가 나온다, 이 외에도 현충탑과 유아숲체험공원 등이 춘추공원이라는 공간에 함께하고 있다.

법기수원지와 양산독립시립기념관을 방문하며 역사와 자연을 함께 할 수 있었다. 두 곳 모두 크기가 아이들과 다니기에도 무리가 없어 가족 나들이에도 추천할 만하다. 하지만 자연만을 만끽하기에도 충분해 바쁜 일과 중 숨 고르기에 좋은 곳인 듯 하다.

양산시립독립기념관

관람시간 오전9시~오후6시(입장5시까지)

휴관일 매주월요일, 1월1일,설날,추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