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서없는 글로서
감사의 말씀을 …

어려운 암 환자들을 치료하면서 보람도 있었고 또 힘든 순간들을 겪으면서 저 자신도 많은 수양을 쌓은 것 같습니다.
2024년 새 달력을 걸은 지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계절의 여왕 5월입니다. 만물이 소생하는 봄의 기운과는 어울리지 않게 의대 증원 문제 때문에 병원 업무가 파행으로 이어지고 있어 안타까운 맘을 금할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세월은 그렇게 흘러가나 봅니다. 이제 저의 정년퇴직까지 불과 3개월정도 남았기에 착잡한 맘으로 여러분과의 이별을 앞두고서 몇 자 적어봅니다.
혈액종양내과 의사로서 긴 여정이었고 나름 힘든 과정이었습니다. 여러모로 어려운 암 환자들을 치료하면서 보람도 있었고 또 힘든 순간들을 겪으면서 저 자신도 많은 수양을 쌓은 것 같습니다. 지난 시절을 잠시 회상해 보면서 많은 분께 감사드리고 싶습니다.
혈액암 환자 치료를 위해 2002년 ‘조혈모세포이식센터’를 개소하여 진료와 연구에 한 단계 도약을 이루었습니다. 초기 운영에 신호진 교수 및 이연희 간호사 등 많은 분의 헌신적인 노력이 있었습니다. 2003년에는 ‘국가 지정 지역 암센터’를 본원에 유치하기 위해 여러 교수님께서 좌충우돌 하면서 큰 노력을 하였습니다. 특히 강치덕 교수님, 황인경 교수님과 같이 무작정 국회의사당으로 부산 출신 복지위국회의원(정형근 의원)을 찾아가 현황을 설명하고 절실함을 호소하였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매우 무모한 상경이었지만 부산지역암센터가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그리고 ‘국가지정 임상시험센터’ 유치는 당시 우리 병원의 아픈 손가락이었습니다. 협소한 캠퍼스와 전문 분야의 인적자원 부족이 쉽게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어렵게 2010년 유치 후 초기 운영에 지금은 모두 우리 병원을 떠난 분이지만 김해규 교수님, 최상민 교수님, 조종환 실장님께서 특히 고생을 많이 하셨습니다. 대외적인 기관과의 업무 조정 및 완수를 위해서는 전쟁터에서의 끈끈한 전우애가 필요한 시기였습니다.
세월은 정신없이 흘러갔지만, 지난 시절을 빠르게 돌이켜 보면 가장 의미 있었던 시간은 학생들과 같이한 시간인 것 같습니다. 정년이 가까이 올수록 더욱 그렇게 느껴집니다. 후배 교수들께 꼭 알려드리고 싶은 마음입니다. 그리고 지금 필수의료 문제로 세상이 시끄럽지만 그럴수록 혈액종양내과병동 간호사들과 의사들은 더욱 고생하고 있어 정말 마음이 답답합니다. 물론 타 과의 교수님들도 힘든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지만 매일같이 외래 및 입원 환자 진료와 응급 환자를 위한 밤 당직까지 맡고 있는 혈액종양내과 후배 교수들을 보고 있자니 제 무능력과 부덕의 소치를 실감하고 있습니다. 아무쪼록 많은 격려와 배려가 필요한 부분임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저는 적절한 때에 교수가 되어 적당히 교수 업무를 하면서 또 적절한 시기에 병원을 떠나는 것 같습니다. 병원을 위해 제 위치에서 더 큰 노력을 하고 더 많은 성과를 올려야 했는데 그렇지 못해 죄송한 마음을 항상 지니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우리 부산대학교병원이 더욱 발전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하겠습니다. 부산대학교병원에서 여러분들과 같이 생활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습니다. 이제 두서없는 글로서 모든 분께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드리면서 마무리하고자 한다. 행복하게 지내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