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매 순간을 소중하게

양산부산대학교병원 안과에서 근무하는 박정훈 선생님을 만나 보았다. 박 선생님은 임상병리사로 2010년 입사해 지금까지 안과에서 시행하는 다양한 특수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안과의 특수검사로는 안저촬영, 형광안저촬영, 안구광학단층촬영, 전안부 사진, 시야검사, 각막지형도 검사, 인공수정체 돗수측정, 안축장검사, 망막전위도 검사, Pupillometer, Lancaster 등 생소한 검사들이 대부분이다. 이러한 검사들은 백내장, 녹내장, 망막 수술을 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인 검사인데 현재 부산·경남에서 이러한 수술을 할 수 있는 병원이 4곳에 불과하다 보니 항상 일은 많고 손은 모자란 현실이다.
박 선생님은 경북 김천 출신으로 금오공대 고분자공학과를 다니다 적성에 맞지 않아 임상병리사의 길을 걷게 되었고 졸업 후 산업보건협회에서 근무하다 본원으로 입사하게 되었다고 한다. 안과 검사의 특성상 학교에서는 배울 수 없는 기술이라 처음에는 어려움도 많았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2008년 양산병원 개원 이후 이 모든 검사를 교수님과 PA선생님들이 해 오던 것을 이어서 하게 되었으니 자신을 가르쳐줄 선배도 없고 혼자서 공부해 가며 극복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지금은 3명의 임상병리사, 1명의 간호사로 인원이 늘었지만 그동안의 어려움은 짐작할 만하다. 이러한 노력은 이어져 2015년 대학 원에 진학하여 석사학위까지 취득하였다. 하지만 아직도 많이 부족하다고 그래서 공부할 것이 많다고 한다.
일을 하면서 있었던 보람으로는 검사가 어려운 환자를 최선을 다했는데 수술이 잘 된 모습을 보면 행복하다고 한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외국으로 입양을 가는 경우 여러 가지 검사를 하게 되는데 그중 ‘망막전위도 검사’라는 게 있다고 한다. 한 번은 2살 되는 아이를 시설에 계시는 분이 데리고 왔는데 검사가 몹시 어려웠다고 한다. 결국 2시간 만에 검사에 성공하자 그분이 하시는 말이 웬만하면 포기할 만도 한데 끝까지 해주어서 감사 하다. 그래서 다음에는 아이들을 이곳으로만 데리고 오고 싶다 했다고 한다. 그의 끈기와 성실함을 보여 주는 것 같다.
우리 병원에서 만난 간호사 출신의 아내와 결혼하여 딸, 아들 두 아이를 두었으며, 꿈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안과에 증원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할 정도로 현재는 일밖에는 모르지만, 나중에 시간이 많이 생기면 예전에 좋아하던 낚시도 하고 여행도 많이 하고 싶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아이들과 가정에 더 집중해야 한다며 “아무도 미래를 알 순 없지만 하루하루를 소중히 살다보면 더 나은 내일이 올 것이라고 믿고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 라는 말로 대신 하였다
사람은 누구나 향기가 있다. 그 향기는 그 사람이 살아온 인생을,
품고 있는 마음을, 현재의 생활을 말해 주기도 한다. 박정훈
선생님에게서는 따뜻한 냄새가 났다. 푸근한 아빠 냄새, 오래된
친구 냄새, 그리고 봄 냄새... 이 향기는 오래도록 변하지 않을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