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대학교병원
생명사랑 2021.여름
VOL.243
CULTURE&LIFE

저는 부산대학교병원
국가지정입원치료병동 간호사입니다

김민지 부산대학교병원 712병동 간호사

나는 부산대학교병원 국가지정입원치료병동의 간호사이다. 남들이 들으면 좀 이상하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난 이곳에서 일하는 것이 참 재미있다. 입사해서 이름도 생소한 병동에 발령받고 “여기는 참 신기하고 재밌는 것 같다” 라고 얘기를 했던 기억이 난다. 아마 그 때는 신종 감염병 환자를 본다는 것에 대한 낯섦과 두려움보다는 이 새로운 환경이 마냥 즐겁기만 했던 것 같다. 그래서인지 작년 코로나19 사태가 시작 할 때도 크게 무섭다고 생각은 하지 않았던 것 같다. 아마 그 땐 정말 아무것도 몰라서 ‘괜찮을거야. 메르스처럼 금방 지나가겠지!’ 이런 생각이 컸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수많은 의심환자만 거쳐 가던 우리 병동은 2월 21일을 기점으로 확 바뀌어 버렸다. 드디어 코로나19 확진자가 입원하게 된 것이다. 청도 대남병원에 입원해 있다가 확진 판정을 받고 전원을 왔는데, 도착했을 때부터 이미 손 쓸 수 없는 상태로 입실하자마자 교수님, 간호사들 모두가 소생을 위해 온 힘을 쏟았다. 기관삽관을 하고 30분 가량 심폐소생술까지 시행하였으나 결국은 우리병원 첫 번째 사망환자가 되었다. 우리가 신종 감염병 확진자를 만나기 시작한 첫 날부터 사망이라니! 첫 입원 환자의 사망은 우리에게 큰 트라우마였고 코로나19 감염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이 함께 시작되었던 것이다.

일상으로의 회복을 기대하며 평범한 일상이 주는 소중함과 감사함을 다시금 깨닫는다
부산대학교병원 712병동 간호사 사진

뒷줄 왼쪽부터 김원태, 윤동욱, 임보현, 김수빈, 박수진, 송은현, 최소
중간줄 왼쪽부터 임효정, 김희진, 이정윤B
아랫줄 왼쪽부터 지혜지, 윤희강, 김민지, 장혜선

다음 날인 2월 22일부터 부산에서도 확진자가 나오기 시작하면서 우리는 정신없이 바빠지기 시작했다. 하루에 보통 4-5명, 입원이 많은 날에는 10명 이상이 입원하는데 시간을 가리지않고 밀려드는 입원 상황 속에서 교수님들도, 우리 간호사들도 많이 힘들어했다. 이내 병상은 다 차버렸고 매 근무마다 3명이 일하는 우리는 날이 갈수록 지쳐 웃음을 잃었지만 금방 괜찮아질 거란 기대로 묵묵히 버텨냈던 것 같다.

지금은 거점병원이 되면서 일하는 환경이 많이 좋아지긴 했지만, 우리 병동만 코로나19를 전담할 때는 적은 인력으로 간호 업무 뿐 아니라 다른 부수적인 일들까지 해야 했기에 업무 가중화가 상당해서 힘들어하는 상황 또한 많이 있었다. 인력 부족으로 초과근무를 하고, 2교대 근무를 하고, 집에 들어가기가 걱정돼서 병원의 빈 병실에서 자면서 출퇴근했던 그 때를 지금은 웃으면서 추억할 수 있지만 그 당시에는 서럽기도 하고 ‘우리가 이렇게 힘들게 일하는걸 다른 사람들은 알기나할까?’ 라는 마음이 더 컸던 것도 사실이다.

다행스럽게도 곧 인력 충원은 되었지만 갑자기 요양병원 환자들이 늘어나기 시작하면서 또 한번 고비를 맞았다. 일반 환자들을 볼 때와는 다르게 요양병원 환자들은 와상에 치매환자가 대부분이었고 식이부터 욕창 예방을 위한 체위 변경, 기저귀 교환, 상처 소독, 침상목욕까지…. 전인간호를 해야 하는 상황으로 환자 한 명에게 할애하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업무에 과부하가 오기 시작했다. 그 중 상태악화로 사망하는 분들도 있었는데, 상황이 이렇다보니 환자의 임종을 보호자들이 지켜보지 못해 일을 하면서 마음이 착잡할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었다. 사망처리 업무의 고단함보다 이런 상황으로 인해 보호자들이 임종을 지켜보지 못하는 것이 더 마음 아팠다.

생각해보면 우리가 코로나19 확진자들을 처음 간호할 때는 걱정과 두려움을 가지고 시작했지만, 시간이 흘러가면서 누구보다 익숙해지고 숙련된 모습으로 일할 수 있게 되었다. “저는 여기서 일하는 게 신기하고 재밌어요!”라고 얘기하던 그 때의 설렘과 기대감이 아직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었나 보다. 좋은 사람들을 만나서 함께 일을 해서일 수도, 내 마음가짐의 변화일수도 있지만 긍정적인 나의 변화가 코로나19가 종식되어도 멈추지 않고 계속 이어지길 바란다.

백신접종이 시작되면서 일상으로의 회복을 기대하고 있다. 1년 넘게 제한된 생활을 하다보니 평범한 일상이 주는 소중함과 감사함을 다시금 깨닫고 있다. 코로나19의 종식이 언제 올지는 모르겠지만 일상으로 돌아오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며 나는 내 자리에서 최선을 다 할 것이다.